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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찍 지역'이라는 혐오... "TK의 딸은 늘 광장에 있었다"
2025-05-16 12:09:25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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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국면의 광장에서 TK(대구·경북)의 딸들이 느닷없이 주목받았다. 대구 집회에서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는 대자보가 화제가 되었고, TK에서 윤석열 퇴진을 부르짖는 청년 여성들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한편으로 경북 지역을 휩쓴 화마 앞에서도 TK를 향한 "2찍(윤석열 지지자에 관한 멸칭) 지역"이라는 혐오의 언사는 여전했다. 지난달 'X'에서 언론이 TK를 보수 지역으로 예비하고 지역민들에 마이크를 건네는 일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때, 154만 조회수를 기록한 트윗이 있었다.

"나도 서울에서 인터뷰 요청 받았는데 TK의 딸로서 현재의 내란 사태에 부채감은 없냐길래 아니요? 대구경북 윤석열 표 다 합친 것보다 서울에서 나온 윤석열 표가 더 많지 않나요? 하니까 그 후로 질문 안 함."

20대 대선 당시 서울에서 윤석열의 득표수는 325만 5747표로, 대구·경북에서의 득표수 247만 8810표보다 78만표가량 많다. 그의 트윗은 늘 TK 사람들을 '보수 지지자'로만 다루는 미디어에 대한 통렬한 한 방이었다.

트윗을 쓴 '햐'('X' 닉네임)는 오프라인의 광장에서도 시민 발언을 이어가며 윤석열 퇴진과 함께 지역혐오에 대한 항의를 이어간 인물이다. 그를 지난 12일 줌으로 만났다.

"안녕하세요. 대구에 거주하는 93년생 여성 직장인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계엄 세대'가 됐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햐'는 공공기관 등에서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리서치 설계·분석 업무를 하는 직장인이다. 초·중·고 모두 대구에서 다녔으며 20대 초반 서울에서 잠깐, 이후 대전에서 대학에 다녔던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구에서 지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지난해 12월 3일 밤, 그는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채널A의 <강철부대W>를 보고 있었다.

"그날이 준결승 날이었거든요. 팀의 승패를 가르는 타이밍에 갑자기 자막으로 '비상계엄 선포'가 뜨는 거예요. 처음엔 안 믿어졌거든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 후로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되는데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와서 뉴스를 바로 틀었죠. 군용차가 시내를 지나다니고, 계엄군이 국회에 침입하고, 시민들한테 총 들이대는 게 막 나오는 거예요. 사실 제가 그런 걸 언제 보겠어요? 저는 계엄을 지나온 세대도 아니고… 아, 지금은 계엄을 지나온 세대네. 그러니까 그 민주화 세대도 아니고…"

역시 대구에서 나고 자란, 민주화 세대인 햐의 어머니는 그날 매우 화를 냈다.

"저보다 더 많이 화를 내셨어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으신 분인데요. TK의 보수적인 걸 좀 싫어하세요.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그냥 정치에 관심을 안 주는 분이십니다."

중계를 지켜보며 한동안 햐에게는 '벙찌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상태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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