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오늘 무얼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는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수요일과 목요일 시간이 된다며 같이 놀러 갈까 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무조건 가능하다고 하고 몇 시에 만날지를 정했다. 일단 서울 쪽으로 가기로 하고, 오전 9시30분 버스를 타기로했다. 8시 35분에 통화했으니 9시 30분 버스를 타려면 40분 만에 준비를 해야했다.
눈만 뜨고 있었던 상태에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옷을 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가방을 챙기고, 그 사이, 빨래를 돌려 놓고,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열어 놓았던 창문을 닫고 하는 일들을 틈틈히 하면서 재빠르게 준비했다. 정확히 9시 9분에 7분 후 출발이라는 톡을 보냈다. 상대방은 흠칫 놀라면서 '벌써?'라고 한다. 기동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그 사이 티셔츠가 마음에 안 들어 한 번을 갈아입고 정신없이 집을 나왔다.
머리 속으로는 며칠 전에 알게된 몬뮤익 전시회를 갈까. 어디를 갈까 궁리하며 빠르게 걸었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타야할 버스가 멀리서 오고 있었다. 타이밍을 놓쳐서 한 대를 보냈다. 바로 뒤에 같은 버스가 오고 있었다. 버스를 보면서 카드를 꺼내고 버스에 올라탔다. 출근시간인데 어찌된 일인지 앞쪽에 자리가 있다. 속으로 나이스를 외치며 미끄러지듯 앉았다. 버스카드를 넣는데 카드 홀더가 헐렁하다. 나머지 카드가 있어야 할 자리가 휑하다.
정신없이 카드를 꺼내면서 카드가 빠져나온 것이다. 어제 헐거워진 카드 케이스를 보면서 약간의 불안함이 느껴졌는데 현실이 되었다. 버스 정류장 바닥 어딘가에 내동댕이 쳐졌을 것이 뻔하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한 상태였다. 그 순간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카드 분실 신고뿐이었다. 카드 분실신고를 전화가 아니라 앱으로도 할수 있었다. 카드 분실신고 처리가 상담원과 통화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세상임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