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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위기에도 그 헌책방이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
2025-05-24 14:42:17
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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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 가방 내려놓고 편히 보슈. 아니, 땅에 (내리지) 말고 의자 위에..."

쭈뼛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었다. 10평 남짓한 그곳엔 어렸을 적부터 익숙했던 책 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차 타고 이동하는 동안 가볍게 읽을 책 한 권 사자는 생각이었다. 대전역에서 일을 마친 후 시간이 조금 남아 다행히 아침에 봐뒀던 헌책방에 들렀던 것이다. 그런 내게 책방 주인 이희석(78)씨는 신경 쓰지 말고 편히 보라는 투로 말을 건넸다.

중부서점이 위치한 대전역은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이 되는 철도교통의 중심지다. 철도통계연보를 살펴보니 2023년 기준 일평균 이용객이 5만 50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서 대전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한 마디로 핫플인 셈.

하지만 중부서점은 예외다. 그 많은 사람이 눈앞에서 오가지만 하루에 들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평일이었던 이날은 퇴근 시간 무렵까지 4~5명이 찾은 게 전부다. 근처에 음식점도 많고 볼거리도 많아 이곳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을 둘러봐야 하는데, 다른 생각이 앞섰다. '손님이 몇이나 올까?'부터 '임대료는 낼 수 있을까?' '헌책방을 언제, 왜 시작하게 된 걸까?' '중간에 업종을 바꾸고 싶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들.

잠깐 사이에 최일남의 <장씨의 수업>이라는 단편집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마침 현금 5000원이 있어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는 사이, 잠깐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책을 왜 선택했냐고? 아니지, 책이 내게 손을 내민 거지"

이희석씨가 헌책방을 운영한 지 올해로 45년. 1974년 대전 시내를 관통하는 대전천변에 위치했던 '홍명상가'. 지금은 철거돼 대전 시민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그곳에서 1980년, 이희석씨와 책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솔직히 책이 좋아서 선택했다기보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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