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취업이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력서만 서른 곳은 넘게 쓴 것 같은데 서류 통과도, 면접도 전혀 소식이 없었다. 난 졸업식을 일주일 앞두고 출근을 시작했다. 쉰 번의 이력서 접수의 결과였다. IT 버블 붐이 빠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랬는지 수요가 공급에 많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취업 보장이라는 근사한 꿈에 전산계열로 입학은 했지만 IMF, IT 거품이라는 큰 악재에 난 학교를 마쳤고, 어려운 시기를 더 어렵게 건너와 취업에 성공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걸 이룬 것도 아닌데 당시 내겐 취업이 인생 최대의 목표처럼 느껴졌었다. 지나고 났더니 취업보다 더 힘든 게 많지만 20대 중후반의 내겐 내가 보던 게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어느 시절이나 오늘을 살아가는 치열한 청춘들은 항상 있어 왔다. 아니 그래서 청춘인가 보다.
얼마 전,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빅데이터' 관련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나왔단다. 화학을 전공하는 공대생인 아들이, 전공과는 다른 분야의 자격시험을 준비하며 군 생활 중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시험을 보기 위해 휴가까지 받아 나온 모습을 보며 기특함과 동시에 요즘 청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