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비판 언론을 상대로 '가짜뉴스' 여론몰이하거나, 이명박 정부 당시 MBC 간부로 있으면서 MBC 노조를 탄압한 인물들도 공영방송 이사 직함을 달고 복귀한다. 지난달 31일 군사작전처럼 속전속결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대통령 추천 위원 2명(이진숙, 김태규)끼리 비공개로 결정한 사안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 재가한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5시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3시간 정도 회의 끝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MBC 대주주)와 KBS 새 이사진 선임을 의결했다. 방문진 이사 정원 9명 가운데 6명, KBS 이사는 11명 가운데 7명이 이날 회의에서 확정됐다.
<오마이뉴스>를 비롯, 5개 언론사로 구성된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지난달 31일 KBS와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로 지명된 13명의 경력과 행적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공정언론국민연대(아래 공언련)와 그 유사단체 관련 소속 인사는 모두 4명이었다. 과거 MBC 노조 탄압에 가담했던 MBC 간부 출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상대로 '가짜뉴스' 여론몰이를 한 단체 소속 인물도 있었다.
최승호 PD 좌천시킨 윤길용, 방문진 이사로 복귀
방통위에서 새롭게 선임한 윤길용 방문진 이사는 울산 MBC 사장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러 단체에서 활동했다. 새미래포럼 발기인,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가짜뉴스운동본부) 가짜뉴스선정위원장, 그리고 공영방송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 MBC정상화투쟁본부에서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윤 이사가 활동했던 단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먼저 새미래포럼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고문으로 활동한 단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힘 의원실 등과 함께 국회에서 각종 '가짜뉴스' 관련 세미나를 8차례 이상 열었다. 또 이 단체는 지난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시상식' 행사를 후원했다. 가짜뉴스운동본부가 진행하는 '가짜뉴스 시상식'은 이른바 '가짜뉴스 퇴치'에 힘쓴 공로자에게 상을 수여했다.
1회 수상자는 유튜버 '한동훈삼촌TV(김기환씨)' 등인데, '한동훈삼촌TV'는 'KBS 정상화 운동'이라며 2022년 6월부터 KBS 앞을 근조 화환으로 에워싸고 욕설 방송을 하기도 했다. 윤길용 이사가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은 'MBC정상화투쟁본부'도 지난해 MBC 앞에 근조화환을 세우면서 '화환 투쟁'을 이어갔다. 현재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에는 여전히 근조화환이 내걸린 상태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 패널로 참석한 윤길용 이사는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들이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며 "이번이 MBC가 마지막으로 변할 기회다. 정말 이건 생존 투쟁, 죽음으로써 결기가 있지 않으면 영원히 MBC는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길용 이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최승호 PD를 MBC 'PD수첩'에서 쫓아낸 장본인이다. 그는 2011년 2월 MBC 시사교양국장으로 발령난 뒤 최 PD를 향해 "힘드니까 좀 쉬어야 한다"거나 "자유로움을 주자"라면서 공개 좌천시켰다. 최 PD를 비롯한 'PD수첩' PD 6명은 2011년 3월 타 부서로 전출됐고, 시사교양국 PD들은 "철저히 'PD수첩'을 무력화시키고 고사시키기 위한 인사"라고 반발했다.
김재철 당시 MBC 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 출신으로 '직속 후배' 평가를 받은 윤 이사는 임기 내내 '보복 인사' 논란을 빚었다. 2011년 3월 '이명박 대통령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논란'을 취재하려던 'PD수첩' 제작진을막았고 제작 중단 지시를 거부한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2011년 5월에도 아이템 검열에 반발한 PD를 비제작 부서로,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PD는 경인지사로 전출시켰다. 2011년 7월 법원은 PD들의 부당인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2011년 11월 MBC 크리에이티브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 이사는 2012년 4월 편성국장을 거쳐 2013년 6월 울산MBC 사장, 2017년 3월 MBC NET 사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울산MBC 사장 시절 MBC 고위 임원에게 고액 선물과 골프 접대를 했다는 업무추진비 횡령 의혹으로 2017년 감사를 받았지만, 갑작스런 감사국 인사이동 등으로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이사는 지난해 8월 '스카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언론노조가 '언론부역자' '언론적폐'라는 낙인을 찍어 탄압하고 사표 낼 것을 압력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기에 버텼다"며 "2017년 10월에 서울지검에서 횡령 배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도 왔다. 결국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가 나왔지만, 여러 차례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MBC 정상화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인 윤 이사는 지난해 11월 'MBC 정상화투쟁 개시 선언식'에서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MBC 사장의 사퇴를 외쳤다. 윤 이사는 "현재의 MBC라면 해체가 정답"이라며 "언론이라면 공정보도가 생명인 데도 오로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2008년 'PD수첩' 광우병 사태를 비롯해 이런 적폐가 오늘날의 MBC를 출렁이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