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기자회견 당시 입었던 검은색 정장. 메이플은 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JMS 안에선 검정색이 사탄의 색깔이라고 해서 안에서는 못 입게 했다. 2022년 3월 16일 제가 특별히 검정색 옷을 입고 기자회견을 했고, 오늘은 끝난 날이니까, 마지막 날이니까 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씨가 여성 신도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이들을 무고했다는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유지하고 정씨의 징역 17년 형을 확정했다. 그 피해자 중 한 명인 메이플은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에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 정명석과 JMS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들과 맞서 싸웠다. 모국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힘든 과정을 버텨냈다.
메이플은 이 과정에서 JMS 신도들의 협박과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이날 기자간담회 역시 그의 안전을 위해 시간과 장소 보안을 유지하고, 사전에 신청 받은 취재진에 한해 참석을 허용했으며, 곳곳에 경호원들이 배치된 상태로 진행됐다.
길고 힘든 싸움을 비로소 끝냈음에도 기자간담회 초반, 메이플의 얼굴은 다소 굳어 있었다.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음은… 어… 되게 복잡한데…"라며 심경을 드러냈다.
"그래도… 긴 싸움 끝에 드디어 답이 나온 거고. 어… 어… '정의가 진짜 있구나'라고 알게 됐다. 물론 (징역) 17년은… 솔직히 제가 받은 상처, 그리고 힘들었던 모든 게 보상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앞으로는 진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 한 가지는 보장할 수 있으니까 그것만큼은 좋다."
메이플이 기자간담회가 시작한 지 약 50분 만에 처음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는 "홍콩에서 그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앞날이 너무 막막했다. 뉴스가 퍼지면서 직장을 못 찾았다"면서도 "그래도 이제 모든 게 끝났으니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번 더 미소지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을 향해 "저도 끝낼 수 있으니까 (여러 분들도) 끝낼 수 있다"라며 "제 사건은 끝났지만 계속 함께 할 거니까, 우리는 함께 끝까지 이길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