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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번도 가지지 못한, '합리적 보수정당'
2025-01-09 21:55:41
정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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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과 2024년 겨울의 결정적 차이: 집권 여당의 극우적 행보

2016년 겨울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2024년 겨울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필자는 두 보수 대통령의 탄핵 가결 이후 서로 다른 사태 전개를 가져온 결정적 원인으로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진행되어 온 집권당의 극우화 경향을 주목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고자 한다.

2. 게토화된(ghettoized) 극우 정당으로의 전락 과정

원래 게토는 유대인 격리 지역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인종, 종교, 민족적으로 분리, 단절된 지역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두 차례 총선(21대와 22대)을 거치면서 지역적, 이념적, 계층적, 세대의 차원에서 소수화되었고, 주변화되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여당 자체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인물도, 집단 의지도 고갈되었다는 점이다.

첫째, 두 차례 선거 모두 수도권에서 참패하면서 지역적 차원에서 지지 기반이 소백산맥 이남에 한정된 영남(경상도) 정당이 되었다. 최근의 두 차례 총선에서 국민의 힘의 수도권 의석은 각각 16석과 19석에 불과하였다.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현재 122석)에 달하는 수도권에서의 이러한 참패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현상이다. 반면, 현재의 지역구 의석 중 영남 비율은 65.6%에 달한다(시사인. 2024.5.8).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최고위원회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영남 독식이다. 예를 들어 1년 전만 해도 당 대표(김기현, 울산), 원내 대표(윤재옥, 대구), 정책위 의장(박대출, 진주) 등 당3역을 영남 출신 의원들이 독식하였다. 다른 한편, '보수의 심장'에만 몰입하는 이러한 전략은 수도권과 충청권의 중도층을 외면하게 만든다.

둘째, 집권 여당과 태극기 부대의 일상적 결합이 가져온 이념의 퇴행 현상이다. 촛불시위는 의제와 지지 기반에 있어서 민주당을 진보적으로 견인하는 사회개혁의 동력이다. 반면, 기독교 원리주의와 친미 반공주의를 내건 태극기 부대는 '국민의 힘'을 극우 정당으로 치닫게 하는 시대착오적 반동(reaction)이다. 특히 박근혜 탄핵 이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2019.2)나 국민의 힘 전당대회(2024.7)를 거치면서 태극기 부대는 무시할 수 없는 전국 조직으로 부상하였다. 다수 국민(57.9%)은 보수당과 태극기 부대의 단절을 원하였지만, 오히려 보수당과 그 지지층에서는 이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64.8%)이 압도적이었다(머니투데이. 2019.2.21). 조ㆍ중ㆍ동이라는 정통(?)보수언론마저 등한시하는 윤석열이라는 외눈박이 '유튜브 대통령'의 출현 이후 부정 선거 논란 등 꼬리가 개를 흔드는 전도된 현상은 집권 여당의 일상이 되었다.

셋째, 당내 견제 세력의 주변화와 비주류 집단의 소멸이다. 대선 승리의 한 축이었던 이준석 당 대표의 축출(2023.12.27.), 유승민의 경기도 지사 낙천(2022.4.21.), 안철수의 당 대표 참패(2023.3.8.), 그리고 최근 한동훈 대표의 사퇴(2024.12.16.)에 이르는 전 과정은 사실 윤석열 친정 체제 구축의 일환이었다. 집권 이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김건희 스캔들과 연이은 정책 실패로 30%를 맴돌았고, 총선에서는 민주화 이후 최대 참패를 당했지만, 당내에서는 진지한 자성도 날카로운 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박근혜 탄핵 당시 여당의 이탈표는 62표(48%)에 달했지만, 이번에는 불과 12표(11%)에 그친 데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새누리당에서 유승민을 비롯하여 30명의 의원이 집단 탈당하여 신당(개혁보수신당→바른 정당)을 차림으로써 분당 사태로 귀결되었고, 새누리당 역시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하였다. 아직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전면 개조나 신당에 나설 리더와 세력의 부재 속에서 대선을 노리는 노회한 중진들의 보수화 선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넷째, 국정과 정당 운영에서 나타난 검찰 통치(Prosecracy)의 본격화이다. 안병진 교수(2013)는 윤석열 정부를 검찰의 기소를 의미하는 'Prosecute'와 통치 체제를 표현하는 'Cracy'를 조합해 '검찰 통치'라 규정한 바 있다. 특히 정당정치의 관점에서 볼 때, 더욱 심각한 점은 검찰 통치를 통해 여당이 대통령의 하위 체계(소위 친윤)로 종속, 편입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법사위 구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여당의 법사위원은 유상범, 곽규택, 박준태, 송석준(행시), 장준혁, 조배숙, 주진우 의원인데, 이들은 모두 판검사나 관료 출신으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결국, 검찰 출신 대통령과 당 대표가 검찰 통치를 통해 국정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그 어떠한 효과적 감시와 견제의 기구도 부재하였다.

3. 극우화된 보수 카르텔의 구심력: 이재명에 대한 적대적 거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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