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2일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근거로 4월 28일 '산업재해근로자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올해는 지정 첫 해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기념식에서 '산재를 극복하고 사회복귀에 성공한 산재근로자 및 산재근로자의 권익 향상에 앞장선 유공자 13명에게 대통령 표창 1점, 국무총리 표창 2점, 장관 표창 10점의 정부포상'을 전수했다.
이번 기념식을 통해 산업재해를 다루는 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산업재해를 '극복'한 '근로'자를 찾아 포상함으로써 산재로 건강을 잃은 노동자 다수를 소외시켰다. 여전히 산재를 개인의 불행한 사고 정도로 축소하는 관점도 문제지만, 산재를 일으킨 기업들을 규제하고 산재 예방에 힘써야 했던 정부 자신의 반성적 평가가 빠져있는 점은 중대한 결함이다.
산재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데이터 관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월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유족급여 승인 사고사망자는 827명. 이는 군인, 공무원, 선원 등 '노동자로 불리지 않는 노동자'들의 사고사망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지난 4월 27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노동자, 군인,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어선원·선원 등을 포괄한 사고 사망자는 1년 평균 1229명. 이마저도 미등록 이주 노동자 등 제도의 보호 밖에 있는 노동자들의 사고와 죽음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연히 정부의 산재 예방 계획 수립이나 사업주 처벌 등의 행정은 공백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첫 법정기념일이었던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이 지나고 올해 135주년을 맞은 노동절도 저물었다. 윤석열 정권의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는 2023년 노동절 다음날 사망했다. 양회동 열사가 사망한지 2년이 되는 지금도, 우리는 일하다 죽어서 영원히 퇴근하지 못 한 노동자들의 사고 경위를 추적한다. 우리의 기록이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2025년 4월, 일하다 죽은 62명의 명복을 빈다.
2025-04-01 떨어짐 1
대전 / 8시 59분경 / 대전 중구 오월드 쇼핑센터 건물 2층 옥상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옮기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 A(54)씨가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사망. 당시 전자제품 업체 소속이었던 A씨는 대전도시공사로부터 에어컨 실외기를 다른 위치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업하던 중 사고를 당함.
2025-04-02 끼임 1
강원 삼척 / 12시 1분경 /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화력발전소 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A(60대)씨가 예인선박에 중장비를 싣고 이동하던 중 윈치와 와이어 사이에 끼여 사망.
2025-04-02 익사 1
강원 고성 / 6시 59분경 /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등대 인근 바다에서 해녀 A(80대)씨가 해산물 채취 작업 중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
2025-04-03 떨어짐 1
경남 양산 / 13시 11분경 / 경남 양산시 동면 약 80m 높이의 27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외벽 도장·보수 작업을 맡은 원청업체가 일용직으로 고용한 노동자 A(60대)씨가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달비계에 타려다가 지상으로 추락하여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