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은 '길'이라는 시를 통해 길의 연속성을 사유했다. 헝가리 철학자 게오르크 루카치도 '길의 끝에서 여행이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어짐'의 상징이다.
광산구는 2024년 6월 윤상원 열사의 고향인 임곡 천동마을 내 천동길 329m를 '윤상원길'로, 또 마을로 향하는 임곡로 일부 5.7km(임곡동 행정복지센터~진곡교차로) 구간을 '윤상원민주로'로 고시했다. 이는 공익성과 헌신도를 고려해 부여되는 명예도로로, 5·18 유공자의 이름이 지정된 것은 전국 첫 사례다. 마을 초입에는 5월이면 주먹밥처럼 소담한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그 나무들을 따라 길의 끝자락에 이르면 윤상원 생가가 자리한다.
집 입구엔 윤 열사의 호를 딴 '해파재(海坡齋)' 현판이 걸려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이라는 뜻. 민주주의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결의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생가 앞에서 문득, 답 없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