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유엔은 정기적으로 각 국가의 인권 상황을 검토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의 '검사'를 받기 위해 방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국제협약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수십 명의 대표단을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 파견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의 인종차별 상황을 점검하는 심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 지난 5월 7일 위원회가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을 판단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가 발표되었다.
이번 '최종견해'에서 위원회는 한국의 이주구금 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유엔이 막 시행을 앞둔 특정 국가의 법률에 대해 이토록 직접적이고 강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는 한국의 이주구금 관련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며,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유엔은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법에 우려를 표했을까? 이번 '최종견해'에 담긴 핵심 메시지 다섯 가지를 통해 그 심각성을 짚어본다.
유엔의 메시지 1 : "이주 구금은 최후의 수단이 되도록 하라"
현재 한국 이주 정책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은, 아무리 사소한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라도 특별한 절차나 명확한 기준 없이 '일단 가두고 보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구금'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출입국관리법의 집행, 즉 출국의 편의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사소한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구금'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며, 이는 최후의 선택지여야 한다. 출국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도구에 관한 연구와 고민이 요청된다.
의외로 많은 국가에는 '이주 구금'이라는 제도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출국을 위한 행정 편의를 목적으로 대규모 구금 시설을 운영하는 데 따르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감당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주 구금 제도가 존재하는 국가에서도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고 해서 즉시 구금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다양한 기술과 법적 장치를 활용하여 출국을 집행한다. 꼭 인권 선진국이어서가 아니라,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엄청난 비용 지출을 각오해야 하는 '구금'이라는 특수한 도구를 최대한 덜 사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행 제도처럼 대규모의 무력을 동원하여 사회 곳곳을 샅샅이 뒤져서 모든 출입국관리법 위반자를 가두고, 장기 구금을 불사하여 나라 밖으로 내보낸다는 발상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이렇게 대규모 무력을 동원하고도 '가둬서 괴롭히기' 이외의 출국 방법을 거의 개발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이도 가두고, 장애인도 가두고, 심지어 심각한 질병을 앓는 감염병 환자까지 무분별하게 가두는 일이 반복된다.
이번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결정은 '구금을 원칙으로 하는' 한국의 출입국관리법 운영 방식이 '인종차별철폐협약' 위반임을 명확히 지적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단속-강제퇴거-구금-추방'으로 이어지는 단일 경로의 출국 정책 외에 다른 대안을 고민하는 정치 집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논의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이제라도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유엔의 메시지 2 : "구금의 적법성은 독립적인 사법기관이 심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은 법무부 내부에 '외국인보호위원회'를 만들어 구금의 적법성을 심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일인 6월 1일을 불과 2주 앞둔 지금까지도(2025년 5월 15일 기준) 이 위원회가 어떻게 조사하고,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구금을 심사할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