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내란의 주요 임무 종사자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참여연대는 매주 1회, 주요 내란 피고들의 공판 진행 상황을 종합해 내란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요약해 짚어보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연휴 전 주간에는 민간인 피고인 재판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재판만이 기일을 진행했습니다. 방첩사령부로부터 '국회 체포조'에 대한 지원 요청을 처음으로 받은 이현일 국수본 계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지만, 이현일 계장은 '국회 체포조'에 요청을 받고 경찰력을 지원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이재명, 한동훈 등 야권 정치인 대상 체포작전인지는 몰랐다고 발언했습니다. 연휴 이후인 5월 2주차에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세번째 공판과 김용현 등의 6차 공판이 진행되었는데요, 군사재판 근황까지 함께 돌아봅니다.
1. 계엄, 두번 세번 하면 된다 : 윤석열 재판(2025고합219)
5월 12일(월)은 윤석열의 세번째 공판일이었습니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석열이 재판장에 입장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방송 카메라에 잡혔는데요, 윤석열이 법원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 소위 '포토라인'을 지나는 모습도 처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까지는 청사를 관리하는 서울고등법원이 윤석열 재판이 있는 날마다 법원 출입을 통제하고, 윤석열을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시켰었습니다. 재판을 받으러 오는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데요. 결과적으로 포토라인에 서게 되었지만, 법정 출입 시의 안전이 정 우려된다면 그냥 구속하면 되지 않을까요?(윤석열 재구속 촉구 서명 바로가기 ▷▷)
이날 공판에서는 계엄 당일 '의원들 끌어내라' 지시가 내려진 과정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이 지시는 윤석열에서 김용현 국방부장관으로, 김용현에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이진우에서 조성현 등 산하 지휘관들에게 하달되었는데요. 오늘은 윤석열이 이진우 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릴 때의 상황을 검증하기 위해 이진우의 부관인 오상배 대위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오상배 대위는 군이 시민들에게 막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자신이 보고 들은 윤석열과 이진우 사령관의 대화를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이진우 사령관이 '사람이 너무 많아 접근할 수 없다'고 하니, 윤석열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윤석열이 '국회 결의안이 통과돼도 계엄을 두번 세번 더 하면 된다'고 말했고,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도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대한 윤석열 측 변호인은 이렇게 반대심문했습니다. "청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건 아니지 않나?" 지난번엔 증인의 기억력을 의심하더니, 이번엔 증인의 청력을 의심하고 있네요. 다음번엔 시력을 문제삼으려나요?
오후에는 국회에 헬기를 통해 특전사들이 투입된 과정에 대해 검증이 진행되었습니다. 헬기 투입은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지시했고, 곽종근이 다시 휘하 지휘관들에게 지시해 실행되었는데요. 곽종근이 김용현으로부터 지시 받을 때의 상황을 검증하기 위해 곽종근의 직속부하인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이 출석했습니다. 박정환 준장은 곽종근 사령관이 헬기 출동과 관련해 독촉전화를 받았던 상황 등을 증언했습니다. 다만 오상배 대위와 달리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아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곽종근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지시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사실 검증에 큰 장애는 없어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시듯 재판은 윤석열의 명령이 하달된 과정을 역순, 즉 아래에서 위로 검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측은 "꼭 밑에 사람 먼저 진술하고 위에 사람 들어본다는 건 공판 효율성에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김용현, 조지호 등 '윗사람'들을 먼저 부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재판 효율성 때문일까요? 혹시, 윗사람이 먼저 증언해서 아랫사람이 이를 의식하게 만드려는 것은 아닌가요? 피고인 측이 정말 재판 효율성을 원한다면,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에 대한 증거인부 절차부터 빨리 해야 할 겁니다(지난 공판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이날까지 꼭 증거인부를 해오라고 했지만, 피고측은 이번에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오전 오상배 대위의 신문이 길어지는 바람에, 박정환 준장의 증인신문은 짧게 끝났습니다. 다음 기일(5월 19일 월요일일)에서 추가 반대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며, 곽종근 사령관의 또다른 직속 부하인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도 증인출석할 예정입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