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진 줄. 공항 안을 꽉 메운 행렬은 출구 밖까지 계속됐다. 인도를 따라 구불구불 잇따른 줄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족히 500m는 돼 보였다. 새해 첫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2시간을 기다려 희생자 위패와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놓았다. 이들은 "해돋이 대신 이곳을 찾았다", "2시간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사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은 추모객으로 에워싸였다. 전국에서 온 근조화환이 건물 벽을 빼곡히 수놓았고, 2층 대합실로 향하는 계단 난간은 추모쪽지로 뒤덮였다.
"OOO,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
"사랑하는 우리 오빠, 너무 선하고 정의로워서, 사랑스러워서, 멋져서, 필요로 해서. 오빠가 필요한 자리로 데려가 버렸나 봐. 근데 우리는 어쩌지. 그저 멀리 있을 뿐이란 걸 알고 있는데 너무 많이 보고 싶어지면 어쩌지."
추모객이 예상치 못하게 몰리자, 유족 측 요청으로 공항에 "(약 5km 떨어진) 무안종합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합동분향소에서 참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방송이 나올 정도였다. 아내, 아들과 함꼐 공항 내 계단에 추모메시지를 붙인 이아무개(42, 남)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평소 같으면 휴일인 새해 첫날에 해돋이를 보며 즐겁게 보냈겠지만 오늘은 이곳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희생자 분들이 부디 편안히 영면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 또한 휴일임에도 공항에서 힘을 보탰다. 참사 첫날부터 공항 1층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대한조계종 긴급재난구호단 이주상(60대, 남)씨는 "믿기지 않는 참사가 발생해서 새해부터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 같다"며 "앞으로 매년 새해마다 참사의 아픔을 떠올리실 유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뭐라도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참사로 지인을 잃었다는 오현숙(60, 여성)씨는 음식과 물품을 나눠주고 있었다. 오씨는 "직장생활을 해서 오늘 쉬니까 새벽부터 달려왔다"며 "혹시나 새해에 추모객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추모행렬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민들이 유족 곁을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