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천변만 가도 눈이 싱그러워지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출근길 운전대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쨍한 색감이었다. 1인칭 시점의 화각으로 연속되는 애니메이션이 가상현실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벅찬 마음이 들었지만, 연달아 침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런 날씨에도 결국 향해야 하는 곳이, 일터라고?
4월 말부터 5월 초순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는 1일부터, 아내는 3일부터 7일까지 연속되는 휴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민인 '이번엔 어디 가지?'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우리는 영주 부석사를 주된 여행지로 정하고 위성지도를 보며 출발지에서부터 대각선을 그어보았다. <전주-추풍령-상주-무섬마을-부석사-조선민화박물관>으로 연결되는 여정이 구성되었다.
추풍령 넘어 상주로... '대각선 루트'의 즐거움
추풍령은 호남에서 영동지방으로 국도를 이용하여 넘어갈 때 거쳐가는 관문이다. 이곳이 고개로서 인기 있는 곳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위해 영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갈 때 주로 이용했던 곳은 조령(새재)이었다. 추풍령이 더 낮은 고개지만 길이 험하고 산적이 많아 훨씬 높은 새재를 넘었던 것이다.
추풍령은 일제강점기 시절 경부선이 놓이면서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그로 인해 대전, 김천 등의 도시가 갑자기 성장했고 주된 관문으로 영화를 누리던 상주와 충주는 급격히 쇠퇴했다. 전주에서 추풍령을 지나 상주로 넘어가는 여정은 이러한 역사의 상관관계를 관통하는 의미가 있었다.
상주는 '자전거의 도시'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효과적으로 상주를 지배하기 위해 자전거를 들여온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주변은 산악지형이지만 내부는 평평한 분지 지역이기에 자전거를 타기가 쉬워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자전거 이용자가 많았고, 낙동강 주면으로 자전거길이 계속 정비되어 자전거의 성지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 되었다.
도심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경천섬공원을 중심으로 생물자원관, 학전망대, 경천대 등의 관광지가 모여있다. 자전거박물관도 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변으로 이팝나무가 절정이었다. 하루 전날의 진회색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파란 하늘에 연둣빛 나뭇잎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특히 아이가 있다면 함께 방문하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생물자원관에는 다양한 생물의 표본을 생동감 있게 전시해 놓았고, 6번째 대멸종이라 일컫는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다.
상주 자전거박물관 역시 아이들이 보기에 흥미로운 자료들이 많았고 자전거 체험프로그램도 있었다. 바로 앞에 캠핑장도 있으니, 야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 건강하고 재미난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