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다 학원이다 바쁜 스케줄로 인해 하교 후 학교 운동장은커녕 동네 놀이터에서조차 '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다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의 놀 시간과 장소를 보장하고자 판을 벌이는 곳이 있습니다. 하루가 짧은 아이들이 모인 곳, 고양자유학교의 학놀자(학교에서 놀자)입니다.
학교에서 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고양자유학교는 셔틀이나 자차, 버스로 등하교하는 친구가 많습니다. 때문에 하교 후 자연스럽게 모여 노는 장면이 연출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그래도 그냥 집에 가기는 아쉬운 마음이 공영주차장 귀퉁이에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이를 눈여겨 본 자유놀이 예찬론자, 학놀자의 '시조새' 별나무가 "이왕 놀 거 학교 운동장에서 놉시다!"라고 제안했고, 이에 동의하는 아마*들이 회의를 통해 "마을에서 놀이하는 모습을 학교 공간에서 구현한다"고 학놀자의 정체성을 규정, 아마들이 닦아준 기틀 위에 매일 서른 명에 가까운 친구들이 학교에 남아 노는 '학놀자'가 시작되었습니다(*아마: 엄마+아빠의 줄임말로 고양자유학교에서 학부모를 지칭).
2023년 1인 담당자가 주 3회 운영하던 학놀자는 벌써 3년차에 접어들어 25년 4월 현재 요일별 담당 아마 4인이 월요일~금요일 주 5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놀자에서는 원활한 하교 지도를 위해 학기 초 참여 명단을 확보해 공유합니다. 하지만 명단에 없어도 괜찮아요. 이제는 열린 운동장, 시간과 마음이 맞는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놀다 갑니다. 놀다 가면 어때? 자연스러운 학교에서 놀자, 진정한 학놀자가 구현되고 있습니다.
학놀자가 온전히 보장하는 자유 놀이
고양자유학교 하교 시간에는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가방을 매고 경쾌하게 하교 노래를 마친 친구들이 뒤돌아 가방을 평상 위에 내던지고 운동장, 앞산, 모래놀이터로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것인데요.
어제 묻어두었던 흙공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철봉 박쥐가 되기 위해, 빠르게 골대를 선점하기 위해, 직접 개간한 밭을 일구기 위해, 철에 따른 요리 재료를 채집하기 위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진 빠른 발이 학교 곳곳으로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