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조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 1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대법원 재판의 신뢰 회복 및 국민 권리 수호를 위해서라도 이 법안의 추진 당위성은 여전하다"고 하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재판 제도의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국민의 권리 구제 수단을 실질화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하면서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를 따르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헌법소원절차 중 가처분 허용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헌재는 독일, 대만, 스페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재판소원이 인용될 경우, 재심과 환송심 등 후속 절차도 법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그동안 법원의 재판에 헌법을 위반하는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더라도 최후의 헌법수호기관인 헌재의 심판을 받을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해 왔다. 특히 사실심과 법률심의 절차에서 기본권적 고려가 결여됐거나 명백히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의 해석 또는 적용이 존재함에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판단과 통제 및 구제의 가능성이 봉쇄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학계에서 제기되어 왔다.
재판도 당연히 헌법소원 대상 되어야
헌법소원제도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개인이 기본권의 구제를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아주 유용한 심판제도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공권력 작용, 즉 입법, 행정, 사법 작용 모두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도 공권력 행사의 일종이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이는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된다(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제1호). 결국 그동안 헌재 판례에 의하여 인정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대법원을 비롯한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위헌적인 법원의 판결로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는 헌법소원제도를 형해화시키는 것으로 그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즉 헌법소원 대상의 핵심인 재판 작용을 제외함으로써 헌법 제111조 제1항 5호에서 굳이 헌법소원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본래 헌법소원제도는 공권력 작용 중에서도 재판 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헌법소원제도의 모국인 독일이 그렇다.
독일이 과거에는 없었던 헌법소원제도를 실시하게 된 것은 1951년 연방헌법재판소법 제정 이후이다. 초기에 법률로만 규정되었던 헌법소원제도는 그후 헌법(기본법)에 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이 영미법계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 헌법소원제도를 굳이 채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법부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입법부에 대한 통제는 위헌법률심판제도를 통해, 행정부에 대한 통제는 행정소송제도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사법부를 통제할 방법은 없었다. 사법부를 통제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던 이유는, 사법부를 다른 국가기관의 위헌·위법한 행위를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이 깨졌다. 즉 히틀러 치하의 제3제국 시절, 권력 통제와 기본권 보장에 앞장서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독재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인권 유린에 앞장서는 만행을 목도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절실해진 것이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사법부를 통제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후 서독의 탄생과 더불어 채택된 것이 바로 연방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주기능은 당연히 법원의 재판에 대한 통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독일의 경우 헌법소원의 대상 중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전체 헌법소원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이다. 한마디로 헌법소원의 본령은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소원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