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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성폭행 사건 다룬 '한공주', 새롭게 알려진 진실
2024-07-27 19:27:35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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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줄만 알았던 사건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경남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이야기다. 20년 전인 2004년 경상남도 밀양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인면수심이란 말이 꼭 어울리는 참극이다. 44명의 고등학생들이 5명의 중학생들을 1년 동안 집단적으로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유포하기까지 한 사건. 직접 성폭행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 영상촬영을 보조하거나 망을 본 이들까지 포함하면 100여 명이 넘는 청소년이 가해자가 된 충격적 일이었다.

그럼에도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를 맡은 울산남부경찰서는 관련자 대부분을 훈방 조치했고, 구속수사를 거쳐 기소에 이른 이들도 대부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보호처분으로 소년원에 간 것은 한 명 뿐이고, 16명은 봉사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는 공소권 없음 등으로 불송치됐다.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고 관련자가 누구인지 대중 일반은 물론 전과 등 법적 기록조차 남지 않아 알 방도가 없다.

얼마 전 유튜버 '나락보관소'가 이들에 대해 순차적 신상공개에 들어간 것이 화제가 됐다. 가해자의 얼굴과 직장을 공개해 큰 파급을 일으킨 사건으로, 공개된 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개인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개해 여론재판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즉각적으로 제기됐다. 공권력이 아닌 사인이, 그것도 피해자가 아닌 이가 여론을 등에 업고 가해자를 심판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하나가 가능하다면 다른 하나도 가능한 법, 피해를 본 누구나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겠다 나서서야 법질서가 지켜질 리 만무한 것이다.

오작동하는 공적체계 응시하는 영화

그럼에도 이 유튜버의 행위에 찬동하는 의견이 많았단 사실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이 사회적 약자까지도 공정하게 지켜준다는 믿음이 산산이 박살나버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다. 범죄에 대한 공적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짙은 불신이 어느 유튜버의 신상공개를 응원하는 대중심리를 빚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그 자체로 한국 법체계가 공적 제재를 하는 데 실패한 사건이 아닌가. 여론재판을 비판하는 이들조차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건 어느 언론 하나도 이 사건을 비롯해 법제도가 기능하지 못한 실패들에 대해 치열하게 취재하고 개선했다 말할 수 없어서 아닐까.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는 최근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시사점이 큰 작품이다. 영화가 실제 이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고, 그저 착상을 얻는 수준을 넘어 상당 부분을 재현에 가깝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없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루며 당시 피해자를 인터뷰했다. 피해자는 이 과정에서 제작진에게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언론과 달리 대중을 대상으로 수익을 거두는 창작물인 영화가 동의 없이 작품을 제작해 상영한 것이 공론화를 넘어 2차가해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설득력이 아예 없는 문제의식이라곤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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