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의힘은 모순 덩어리 그 자체다. 내란 혐의 피의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이었다고 하면서도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 자체가 그러하다.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이가 대구광역시장을 두 차례 역임한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이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4일), 권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이었다"고 단언했다. 일단, 현직 홍준표 대구시장의 "한밤중의 해프닝" 정도와는 결이 다른 인식이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문장 또한 '단단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는 그 책임을 엄히 묻도록 하겠습니다."
"계엄 책임 엄히 묻겠다" vs. 상설 특검 표결 기권
하지만 다음 문장에서 권 의원은 '모순'을 스스로 예고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정쟁으로 몰고 가서 국정을 마비시키거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고, 나아가 "애국 시민들께서 힘을 모아 막아주시기 바란다"고도 호소했다.
12월 7일, 권 의원은 1차 탄핵투표에 불참했다. 12월 10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표결에서는 기권표를 던졌다.
그런데 12월 12일, 권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수사대상이 3개였던 폐기법안과는 달리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을 비롯 15개 혐의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이었다. 권 의원이 다음 날(13일) 대구경북인터넷기자협회 답변서를 통해 강조한 것은 '국민'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과 여러 의혹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본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당은 김건희 여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국민들이 생각할 경우, 특검으로 가겠다고 국민들께 수차례 약속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어제 저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찬성했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한동훈, 국민적 지지 잠재력 있어" vs. 1년 후... "배신자"
1년 전, 권 의원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내세운 이유 역시 '국민'이었다. 그는 2023년 12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정치 잘 아는 사람들이 그동안 해 온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는 게 아니잖냐"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정치를 잘 알고 모르고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누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수 있느냐, 이런 면에서 한동훈 장관은 저는 잠재력이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최종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힘으로써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선택을 했다. 권 의원이 1년 전 기대했던 잠재력을 입증했던 셈이다. 하지만 권 의원에게 한 전 대표는 배신자다. 심지어 공개적으로 낙인까지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