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 종합 독서량은 3.9권이다. 10명 중 6명 정도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동네책방 운영은 쉽지 않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도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작가의 책방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과거 해당 책방 관계자의 인터뷰에 의하면 한강 작가의 책방 역시 노벨 문학상을 받기 전에는 만성적인 적자를 겪고 있었다.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서점' 사이트(https://www.bookshopmap.com/)에 등록된 동네책방은 2023년 기준 총 884곳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이 익숙함에도, 생각보다 꽤 많은 수의 동네책방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성적인 적자, 적어도 큰 폭의 수익을 낼 수 없는 한계에도 한강 작가를 포함하여 많은 책방 운영자들이 굳이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온라인 서점의 편의성과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굳이 동네책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참고서 중심의 서점이 아닌, 우리가 흔히 '동네책방'이라고 부르는 책방은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을 건립하여 시민들이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도서정가제를 통해 특별히 책을 보호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그 자체로 공공성을 가진다. 일단 동네책방은 이렇게 공공성을 갖는 책을 판매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중요하다.
특히, 대형 온라인 서점은 대자본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홍보와 판매가 이루어지는 데 반해, 동네책방은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 책을 선별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대형 서점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책들을 손님에게 연결해주어 책 다양성, 출판 다양성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동네책방의 핵심 가치는 책 판매를 넘어 지역에서 독서문화를 형성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동네책방은 독자와 저자를 이어주는 북토크, 독자를 양성하는 독서모임, 인문학 강연 등을 통해 작가에게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독자들에게는 깊이 있는 독서를 경험하게 해준다.
요즘에는 예술 공연, 전시, 영화 상영 등 책 그 자체에 기반한 행사를 넘어 예술공간으로서 기능도 하고 있으며, 글쓰기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리기도 해 교육공간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동네책방은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독서문화 확산, 인문학 보급, 예술, 교육 등의 공간으로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문화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독서 생태계의 근간이자 문화와 예술 다양성의 풀뿌리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작가는 2020년 도서정가제 관련 토크 행사에서 "자기가 사는 집에서 버스정류장 7, 8 정거장 안에 서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문화 혜택의) 차이가 있다"면서 "동네서점이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동네책방이 사회적으로 소중한 자산인 이유이며, 따라서 그 생존과 운영을 운영자 개인에게 일임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충분히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