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지역의 중심 의제가 된 지도 오래. 최근 몇 년 사이엔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에 따른 총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인구분포 불균형으로 지역의 '위기 경보'가 더욱 거세게 울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살아보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00(보통 지역 이름)에서 살아보기'나 '00살이 캠프', '00스테이', '00귀농투어' 등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당장이라도 지역이 사라질 것처럼 '소멸' '인구 절벽' 등의 단어를 유행처럼 갖다 쓰는 상황에 이는 지자체 나름의 고육지책을 방증하는 것일 터. 문제는 이런 사업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주민등록인구의 제로섬 게임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참가자 한 사람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최대한 '번듯하게' 프로그램을 치장하는 건데, 결국 지역의 삶과 그만큼 더 멀어져갈 수밖에 없다. 지역을 이해하는 관계인구 혹은 지역 정주인구를 유도해야 할 사업이 자칫 '소비자' 관점의 참가자만 양산할 우려가 남는 것이다.
지금, 별의별이주00을 주목하는 이유
'삶의 경로 탐색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별의별이주00 프로젝트(아래 별의별이주00)'은 '지역'과 '일'을 접목한 지역체류 프로그램이다. 지역에서 일거리를 기반으로 도시와는 다른 일상, 주민들과 같은 일상을 보내며 청년이 새로운 삶의 경로를 탐색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2024년 현재 7개 지역(▲충남 홍성군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충북 옥천군 커뮤니티저널리즘센터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공동체 ▲강원 춘천시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경북 상주시 청년이그린협동조합 ▲전북 부안군 변산공동체 ▲경남 함양군 빈둥협동조합)에서 운영 중인데 방문 현장에 따라 농사, 기자, 사회복지, 마을돌봄, 청년공동체 활동 등 다양한 일을 수행하게 된다. 기본 체류 기간은 2주이나, 지역에 따라 2박3일에서 수개월까지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역에서 이런저런 일이나 활동을 하는 구성은 앞서 언급한 각종 지역살이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형태. 그렇다면 별의별이주00을 여타 프로그램과 다르게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소멸과 관계인구 등의 담론 속에 관련 정책이 쏟아지는 지역에서 별의별이주00의 지향이 시사하는 바를 짚어본다.
포장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 속으로
별의별이주00을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 일종의 성격 유형 검사) 지표로 구분하자면 'P(인식형 Perceiving, 즉흥적인 생활 타입)'에 해당한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교육이나 탐방, 체험 등 정해진 일정 없이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지역 현장 상황에 맞게 필요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음료수 병뚜껑 스티커 작업을 하다가도 갑자기 마을 저수지 쓰레기 수거 활동에 차출되"거나, 방문 시기에 따라 "어떤 이는 하루종일 김매느라 눈코뜰새 없었는데 어떤 이는 장마철에 방문해 농한기처럼 지내다 오"기도 하는 것.
사전에 활동 일정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참가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프로젝트만의 특장점(?)이다. 이는 별의별이주00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원래 있던', 그러니까 계속 지역에 살던 이들의 일상에 도시 청년이 자연스레 결합하는 방식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지 방문객을 위한 일정을 '일부러' 만드는 것은 애초부터 이 프로젝트의 결과 맞지 않는 셈.
누군가에게는 이런 '일상성'과 '비정형성(비계획성)'이 불편한 지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에서 일상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이것이 당연하다. 이런 '당연한' 상황 속에 참가자도 '지역'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넓혀간다.
2020년 6월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에서 2주, 같은 해 9월 상주 청년이그린협동조합에서 2주간 별의별이주00에 참가한 후 곧바로 귀촌을 결심해 2022년 전북 완주에 정착했다는 김현화씨의 말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