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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 민주주의의 새로운 불빛
2024-12-27 13:50:07
이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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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으로 연말이 우울하지만, 새해는 희망으로 힘차게 열어갈 힘이 필요하다. 얼마 전 경험한 응원봉 시위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기에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투표에 불참하면서 대통령 탄핵 의결은 무산되었다. 국회가 탄핵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실망과 분노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 나는 구호를 외치며 한참 자리에 앉아 있다가 허탈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귀가하려는 이들을 따라 천천히 뒤로 걸어 나갔다.

그때 시위대 끝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신나게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축제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실망과 분노로 가득했던 광장에 밝은 에너지가 번져갔다. 그 장면이 신기해서 잠시 동영상에 담았다.

다음 날, 그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목격한 것은 응원봉으로 상징되는 신세대 시위 문화였다. 이들은 에스파의 '위플래시', 샤이니의 '링딩동',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 인기 케이팝 음악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곧바로 응원봉은 촛불을 잇는 새로운 시위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탈정치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MZ세대가 민주적 잠재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정치 주체로 등장했다.

응원봉을 든 MZ세대 성장의 문화 생태계

광장은 대립과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는 공간이다. 이는 흔히 태극기 부대와 촛불로 상징된다. 이런 대립은 서로 다른 세대의 사회적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응원봉의 출현은 새로운 세대가 광장 무대에 등장했음을 알렸다. 이들은 20~30대로, 민주화 이후에 태어난 첫 세대들이다.

그동안 세대 담론은 이 세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주의적 성향, 협력 능력 부족, 정치적 무관심, 근로 의욕 부족 등이 자주 언급되던 특징이다. 그러나 응원봉 시위는 세대 담론이 크게 주목하지 못했던 이들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국가적 재앙에서도 이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이들의 성장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첫째,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민주화된 시기를 산 첫 세대이다. 가정의 양육, 학교의 교육, 군대의 훈련 방식이 과거와 엄청나게 달라졌다. 한국의 국가 민주주의 지수가 아시아 1~2위를 다투는 시대에 성장한 이들에게 민주적 사회는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세상이었다.

둘째, 이들은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K컬처를 향유하며 성장했다. BTS, 블랙핑크, K-드라마, 웹툰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과정을 목격하며, 문화적 자부심을 지니고 자란 세대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한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재창조하며 글로벌 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노마드들이다.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진 음악, 춤, 그리고 응원봉은 이들의 유쾌한 성장 배경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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