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임박해지면서, 1기 때처럼 전술핵무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탑재하는 전략핵무기와 달리 국지전 등에 쓰이는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논의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26일 자 국내 언론들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자인 짐 리시와 로저 위커가 다음 달 3일 개원하는 미 상원에서 각각 외교위원장 및 군사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의 대안으로 핵무기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거론됐다.
주한미군 문제뿐 아니라 전술핵 배치 문제에서도 트럼프가 흥정을 걸 가능성이 있다. 이런 흥정에 응할 필요가 없는 것은 주한미군 배치는 물론이고 전술핵 배치의 주된 수혜자 역시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로는 북한을 막고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점은 1958년 1월과 1991년 9월에 벌어진 두 사건이 웅변한다.
과거 전술핵 배치, 북한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어네스트 존 전술핵탄도탄 등을 한국에 배치했다고 주한미군이 공표한 시점은 1958년 1월이다. 그달 31일 자 <동아일보> 1면 좌하단은 "유엔군사령부 공보과장 벤 리가리 중령은 30일 기자회견 석상에서 '유엔군 사령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하여 한국에 오네스트 죤 유도탄이 장비되어 있음을 확인한다'고 언명하였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에 핵무기가 도입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유엔사 공보과장은 "인정하지도 또 부인하지도 않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배치를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전쟁 휴전 5년 뒤의 일인 데다가 한국을 위한 배치인 듯 선전됐으므로, 북한을 막고 한국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기 쉬웠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한 것은 일본에 배치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일본 방어용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했던 것이다.
1955년 1월 7일,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전면적 핵전쟁을 막기 위해 제한전과 국지전 단계에서 전술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결정(NSC 5501)을 내렸다. 이를 통해 소련을 견제하고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었다.
그런데 일본 본토를 무대로 NSC 5501을 관철시키는 데는 장애물이 있었다. 2020년도 <군사(軍史)> 제117호에 실린 김민식 육군 소령의 논문 '1958년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 요인 재고찰'은 "1956년으로 접어들면서 핵무기와 미군기지에 관한 일본의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고 한 뒤 그해 1월 상황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