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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도, 여순 봉기군도 지나간 산골 마을
2025-01-10 16:00:06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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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나뭇가지에 노란 열매가 하나둘 달려 있다. 생김새가 울퉁불퉁하다. 열매는 땅에도 떨어져 있다. 여름 햇볕과 가을바람을 머금은 향이 짙다. 매혹적이다. 나무도 굵고 크다. 나무 자체로 풍경이 되는 모과나무다. 열매 하나 주워 자동차 안에 둘까? 잠깐 생각한다.

큰 분재처럼 다듬어진 팽나무도 멋스럽다.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산골의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낸 나무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당산나무여서 더 정겹다. 이야깃거리 많고 전설까지 간직한 팽나무다. 여름날 풍성한 초록 열매는 새들이 좋아한다.



빨갛게 물든 남천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가을날 단풍 같다. 남천은 겨울에 붉게 물들고, 삭풍이 강할수록 더욱 아름답다. 알알이 맺힌 열매도 탐스럽다. 악귀는 쫓고 행운을 부르는 나무다. 꽃말도 전화위복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분노와 슬픔도 조만간 복으로 돌아오길 소망한다.

나무와 어우러진 조각작품도 품격을 더해준다. 입맞춤하는 남녀, 단란한 가족에서 돼지, 돌고래, 학까지 다양하다. 볼거리 많고 공간도 넓다. 차분히 돌아보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리겠다.

순천 학구삼거리에 있는 '푸른꽃농원'이다. 농원엔 팽나무, 모과나무, 남천 외에 소나무, 배롱나무, 동백, 주목, 단풍나무, 철쭉 등 수십여 종의 나무와 꽃이 있다. 오길용 대표는 조경업과 정원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마을에 크고 작은 농원이 더 있다. 철쭉, 사철나무, 산다화 등 갖가지 묘목을 키우고 나무를 가꾸는 '남산식물원' 김용주 대표도 있다. 그는 조경업을 일찍 시작한 '1세대'에 속한다.

"동백 종류가 정말 많아요. 개량종도 많고, 색깔도 다양합니다. 홍백과 동백 있고 분홍동백, 줄무늬동백도 있어요. 꽃도 홑꽃, 겹꽃, 무늬꽃으로 나뉘고."
"종류를 다 구분하십니까? 꽃 없는 상태에서도."
"당연하제. 내가 나무를 키운 지 50년 됐소."

김 대표와 주고받은 말이다. 그는 빨간 남천 열매도 말리고 있다. 새봄에 파종해 묘목으로 키울 것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자신의 땅이 남승룡 생가라는 말도 귀띔했다. 남승룡(1912∼2001)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손기정과 함께 출전, 동메달을 땄다. 순천에선 이를 기리는 '남승룡 마라톤대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25회째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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