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경호원 앞세워 대통령실 숨어 있던 그가 남긴 한마디
2025-01-08 19:56:22
이진민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대통령이 있을까.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정치적 이념을 미끼 삼아 지역 간 갈등을 만들고, 나라를 위기에 몰아 놓고 정작 본인은 경호원을 대동해 숨는 지도자가 있을 리 없다. 만약에 존재한다면 갱생이 불가능한 인간일 테니 법의 심판만으로 부족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대통령을 죽이기로 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혹시 뉴스를 틀었나' 착각할 수 있지만, 다행히 영화 이야기다.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진다면 어떤 지옥문이 열릴지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상상했다. 각자 생각하는 연옥으로 가겠다며 싸우던 시민들이 생각을 바꿨다. 아무래도 나라가 망하면 우두머리의 목부터 쳐야지 않겠는가. 그렇게 미국 대통령 앞으로 군인들의 총이 향했는데, 누군가 "아무리 정신 나간 대통령이라도 '그냥' 죽이면 안 된다"며 시민들을 멈춰 세웠다.

대통령님, 혹시 '승리'가 무슨 뜻인지 모르시나요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속 미국은 내란이 발발했지만, 영화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대통령이 민간인을 학살했고, FBI를 해산시켰으며, 불법적인 3선에 성공한 독재자라는 점이다. 그는 대국민 담화를 연습하며 거듭 '승리'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이때 스크린은 피 흘리며 죽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시민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대통령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승리가 코앞에 있다"고 자랑스럽게 외친다. 그리고 숨었다. 사실 대통령은 이미 도망친 지 오래다. 14개월 동안 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경호원과 소수 병력에 둘러싸인 채 떨고 있었다. 지도자가 고립을 자처하는 동안, 시민들은 조각난 나라를 견뎌온 것이다.

영화는 세 공간으로 나뉘어 일상을 묘사한다. 먼저 총성이 난무하는 격전지가 있다. 이곳에는 중무장한 군인과 시민이 가차 없이 서로에게 총을 쏜다. 애달픈 신음을 흘리는 부상 군인을 봐도 시민은 무감하다. 또 다른 곳은 대피소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논다. 오색 크레파스로 그려진 그림들이 곳곳에 있다.

마지막으로 한 마을이 있다. 마치 내란이 벌어졌다는 걸 까먹은 것처럼 주민들은 개를 산책하고 일상을 영위한다. 어느 상점 주인은 "내란 소식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옳은 선택 같다"며 지루한 표정으로 책을 읽는다.

시간이 갈수록 내란의 양상은 기울어졌다. 결국 반정부군은 패권을 휘어잡고 백악관으로 향한다. 이미 실패가 예상된 시점에서도 대통령은 승리를 놓지 못한다. 그를 살리기 위해 경호원들은 위장 작전을 펼치다가 사망하고, 그를 비호하는 마지막 실무진마저 휴전을 제안하다가 총에 맞는다. 반정부군이 드디어 대통령을 발견한다. 바닥에 누운 채 몸을 떨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 더 이상 숨 쉬도록 둘 이유가 없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