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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권유했지만 '탈당 권유'가 아니라는 국민의힘
2025-01-09 20:23:48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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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고 '권유'를 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탈당 권유'라고 이걸 쓰면 너무 나간 표현이다." -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탈당'을 '권유'했는데 '탈당 권유'가 아니라고 한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까? 이쯤 되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인지, 아니면 이번 탈당 권유가 권유인지 아닌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슈뢰딩거의 탈당'인지 알 수가 없다. 상자 안에 고양이가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는 것처럼, 이것은 탈당 권유인 동시에 탈당 권유가 아닌 셈이다.

국민의힘이 또 국민의힘과 싸우고 있다.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이 계속 난무하다 보니,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두고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촌극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MBC 기자의 '첫' 백브리핑 질문을 끊고 "저기 다른 언론사 하세요"(권성동 원내대표)라고 하더니, 정작 나중에 해명을 요구하니 "질문이 중복돼서 다른 분에게 맡긴 거고, 특별한 배경은 없다"(박수민 원내대변인)라는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카메라 앞에서 하고 있다.

또 "법 집행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어느 국민 누구도 예외는 있을 수 없다"라고 했는데,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도 영장집행에 협조해야 한다는 뜻"이냐고 물으니 또 "그건 아니다"(신동욱 수석대변인)라고 말한 적도 있다.

당 원내대표가 공개회의 시간에 모두발언을 한 표현의 의미를 묻는데 "저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라며 답변을 피하는 수석대변인도 우스웠지만, 김상욱 국회의원의 '탈당 권유' 여부를 놓고 '해석' 논쟁을 벌이는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이다. 물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진짜뉴스 발굴단'이 존재하는 국민의힘에는 지금이 정상인지도 모르겠다.

권성동 "김상욱에게 '탈당 진지하게 고려해보라' 권유했다"

상황을 복기해 보자. 발단이 된 것은 <한겨레> 보도를 통해 폭로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이었다. 최초 보도에서는 익명으로 보도가 됐으나, 이같은 요구를 받은 건 김상욱 국회의원이었다. 김 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탈당 권유가 있었음을 인정했고(관련기사: 김상욱 "권성동의 압박? 나는 탈당할 이유 없다" https://omn.kr/2bsii), 현재 해당 기사 역시 실명으로 수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8일 오후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나오자 "민주당은 당론을 정하면 단 한 사람의 이탈도 없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데, 우리 당은 지금까지 당론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한 분들이 많다"라며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론을 따르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정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과연 같은 당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원께서 굉장히 불만을 표시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해서 방송이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당론에 반대되는 행위를 한 김상욱 의원에 대해서는, '당론과 함께하기가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냐' '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고 권유를 했다"라고 탈당을 권유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했다.

실제 <민중의 소리>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당시 녹취를 확인하면, 권 원내대표는 김 의원에게 "내가 농담하는 게 아니다"라며 "탈당하는 게 맞다. 당에 도움이 안 되잖아"라고 요구했다. 이어 "웃을 일이 아니다, 한두 번이 아닌데"라며 "당을 같이 하면, 당의 뜻을 따라야지"라고도 덧붙였다.

정리하면, 발화자(권성동 원내대표)도, 청자(김상욱 의원)도 '탈당 권유'를 인정했고, 당시 발언에서도 명확하게 탈당을 언급한 게 사실로 확인됐다.

신동욱 "탈당 권유 아냐. 확대 해석할 필요 없다... 김상욱도 책임"

별다른 해례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확한 데도 당 수석대변인은 9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원내대표가 답답해서 그런 말씀을 하셨겠다. 탈당 권유가 아니다"라며 해당 발언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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