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기자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31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무엇일까
- 우리 시각으로 21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어요. 교수님이 취임식에서 주목한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 트럼프 취임사에서는 1기 때 주장해 왔던 미국 우선주의가 다시금 확인됐다는 것이죠. 일정 수준 예상했던 거기 때문에 1기 때만큼의 충격이 크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더 미국 우선주의를 굉장히 단기간 내에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표명됐다고 판단됩니다.
이 취임사라는 게 매우 중요하죠. 더군다나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 정도 되면 세계 모든 국가가 다 주목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보통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라는 건 미국 국내 문제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4년간 미국이 세계에 어떤 비전을 갖고 세계를 이끌어가는 강대국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비전과 시대적 과제 같은 것들이 다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번 취임사에는 그런 내용들이 거의 없었어요. 이야기의 모든 것들은 미국 우선주의에 맞춰져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이것을 제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취임식 열리는 당일 백악관이 홈페이지가 바뀌었죠.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가 걸렸어요. 이게 사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할 때 백악관 홈페이지에 걸렸던 것이거든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해서 미국 내부가 더 어려워졌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은 전통적인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 겁니다. 그런데 정반대의 방향으로 트럼프가 다시 똑같은 얘기를 한 거죠. 그러면서 6대 의제를 발표했어요. 6대 의제를 보면 트럼프의 정책, 전략, 세계관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 어떤 건가요?
"6대 의제가 뭐냐 하면 첫 번째 인플레이션 종식 및 생활비 인하고요. 두 번째 미국 노동자를 위한 감세, 세 번째 국경 안전 강화, 네 번째 힘을 통한 평화 복원, 다섯 번째 에너지 패권, 마지막이 미국의 도시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예요. 이 내용만 보더라도 이게 미국 중심이라는 걸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있었던 '세계 평화' 같은 내용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약간 에피소드처럼 말씀을 하나 더 드리면 취임식에서 트럼프가 비교적 점잖게 얘기 했어요. 원래 트럼프의 성향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바이든에 대해 공격해야죠, 취임식에서 바이든에 대해 물론 공격하긴 했지만 점잖게 공격했어요.
그런데 재미있다고 본 게 트럼프가 그 다음에 취임사보다 더 긴 연설을 두 번 했습니다. 두 연설 제가 다 들어봤는데 그 두 연설에서는 훨씬 더 노골적으로 바이든을 비판 했습니다. 그리고 '행정명령 (서명) 쇼'를 했죠. 아레나에서 만 명 넘게 모여 있는 사람들 앞에 책상을 놓고 행정명령 서명하는 쇼를 보여주고, 펜을 다 나눠주고 또 백악관의 집무실에 들어와서도 잔뜩 쌓아놓고 또 행정명령에 서명 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어요."
- 우리의 관심은 대북정책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맞나요?
"아니요. 한국에서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정확히 쓴 표현이 '뉴클리어 파워'라는 건데요, 북한이 핵 능력이 있으니까 영어 표현으로 '뉴클리어 파워'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정책 당국자가 공식 석상이거나 문서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하죠. 뭐라고 얘기하냐면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혹은 더 확실한 의미를 부여하려면 그 앞에 '북한은 불법적인 핵보유국'으로 써요. 근데 아시다시피 트럼프라는 인물이 단어 자체를 그렇게 신중하게 쓰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건 취임사에 들어간 게 아니라 집무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나온 답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