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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기 어려운 제주... 문제는 '행정'
2025-02-05 15:03:47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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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도민이든 여행자든, 제주도에서 이동수단으로 버스를 선택하는 매 순간 자동차나 렌트카로 갈아타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로는 1~2시간 걸리는 것이 기본이고 버스 감차 이후 30분이던 배차 간격이 1시간으로 두 배 길어진 곳도 있다. 간혹 30분을 추위나 더위에 떨며 기다렸는데, '만차'란 이유로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경험하곤 한다.

그럼에도 대중교통은 시민들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공공 서비스이자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수단이기에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제주도는 늘어난 지원금에 비해 버스수송 분담률이 오르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2022년 '버스준공영제 성과 평가 및 개선방안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다. 제주도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지난해 8월 운수업체와 협상 끝에 총 75대의 버스를 감차했다. 이는 전체 운행 버스(680대) 중 11%에 달하는 규모였기에 도민들의 출퇴근에 큰 혼잡을 주었다. 당장 아침 출근 시간이나 통학 시간에 다니는 버스가 폐지되자 분노의 글들이 민원게시판에 올라왔다.


다른 노선의 버스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함덕에는 8월부터 새로운 버스 노선이 생겼다. 공영버스인 705번인데, 이 노선은 함덕을 출발해 새로 개통한 도로를 달려 제주대학교, 제주대학교 병원 등을 지난다. 새로 생긴 노선이 궁금해서 일부러 몇 번 이용해 보았다.

출발지인 함덕에서 승차해 종착지와 가까운 제주대학교 병원에 내릴 때까지 총 탑승 승객은 다섯 명 정도에 불과했다. 제주시 공영버스 담당자에 따르면, 총 6대를 운행중인 705번 버스의 이용객 수는 최대 승객 수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한 버스가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운행할 때 16~17명이 타고 내린다. 시내 노선 버스임을 감안할 때 지극히 저조한 숫자이다. 공영버스 1대의 표준 운송원가는 63만1000원/대/일로 추정된다. 1년으로 따지면 1대당 2억 3천만 원 정도이며 6대의 경우 14억 가까운 예산이 소요된다.

제주도의 버스는 민영운수업체 8개사와 제주시 공영버스, 서귀포시 공영버스 총 10개사가 운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공영버스운송사업' 조례에 따르면 공영버스 운행노선은 ▲외곽지 비수익노선으로 민영버스 업체에서 운행을 기피하는 노선 ▲ 민영버스와 서비스 경쟁으로 업체의 서비스 개선 및 경영의 효율화를 유도할 수 있는 노선 ▲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노선에 한해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705번은 통과하는 주요 경로에 이미 다른 노선이 존재하기에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노선의 1/3인 10km가 인적 없는 신규 도로에 위치해 있다. 그 구간의 버스 정류장 간격이 무려 10km에 이른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민원게시판에도 705번 노선이 새로 생길 즈음 이를 지적하는 민원이 몇 개 올라왔다.

'705번 버스가 신설되었는데요. 저는 이 705번 버스가 매우 비효율적인 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운행구간이 매우 복잡한 데다가 ... 제주시의 주요 정류장을 단 하나도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선은 등하교 및 출퇴근시간대를 제외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2024년 9월 3일)
'비효율적 노선 신설에 관한 의문 (705번 노선): 읍면지선 705번은 함덕-애조로-월평 노선으로 출퇴근·등하교에만 특화되어있으나 임시노선이 아닌 상시노선으로 운영 ...시내 중심노선의 운행횟수가 대폭 감소되는 가운데 도심외곽 노선을 과도한 규모로 신설해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합리적 고려 부족'(2024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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