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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품을 쓰고 보고 만지며 깨닫는 것들
2025-02-05 16:45:44
윤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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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영면한 후 당신이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은 막막했고 어려웠고 애달팠다. 가족 누구도 임종을 하지 못한 터라, 애통함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죄책감까지 더해 심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엄마가 살던 집을 비우기까지 시간이 좀 있었기에 약 한 달 정도를 잡고 엄마가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정리라고 해봐야 결국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정하는 일이지만 그러고 싶었다.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 일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 뭐든 한달음에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언니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언니는 엄마의 물건을 닥치는 대로 끄집어냈다. 정리가 아니라 마치 쓰레기 처리하듯 모든 물건을 다 버릴 작정인 양, 엄마의 물건이 커다란 종량제 봉투들에 담겨 내버려졌다. 이유는 하나, 죽은 사람의 물건은 상서롭지 못하니 버려야 한다는 것.

살다 죽었을 뿐인데 뭐가 부정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도 아닌 엄마의 죽음마저 결벽을 떠는 언니가 지겨웠다. 막지도 싸우지도 못한 채 한 일이라곤 그나마 쓰레기봉투에 던져지기 전 얼마의 유품이라도 챙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건진 것이 고작 낡디 낡은 수첩과 오래된 사진들, 옷가지 몇 벌 그리고 그릇 몇 개라니. 엄마의 85년이 무상했다. 엄마의 평생 흔적은 그렇게 사라졌다.

유품 정리랄 수 없는 그날의 일은 내게 꽤 큰 상흔를 남겼던 듯하다. 내 상처는 미술사학자 박정애의 '엄마 유품 정리 보고서' <굿바이, 영자씨>를 읽으며 조금 치유되었다. 그가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며 남긴 기록들을 보며 그가 행한 되새김이 내가 하고 싶었던 애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의 유품정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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