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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드라마, 야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2025-03-01 21:18:34
정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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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구로 살림하다 보면 곤란할 때가 종종 생긴다. 요즘 같이 고물가와 불경기가 이어질 땐 마트에서 장을 보면 만족스러운 식재료를 구하기가 어렵다. 특히 감자나 양파 한 묶음을 다 먹을 수가 없어서 낱개로 구매하려고 하면 어떤 이유인지 판매하지 않거나 세척 후 개별 포장했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비싸지기도 한다.

이럴 바엔 '그냥 시켜 먹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들거나, 조리 후 포장 판매하는 요리를 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그럴 때는 드라마 <어제 뭐 먹었어?>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주인공과 이웃 주부는 절반씩 돈을 내고 대용량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 나눠 갖는다. 게다가 드라마의 주인공은 게이 커플이다.

도시 중년 게이 커플의 삶


변호사 시로(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살림에 능숙한 미중년 게이다. 부모님에게 일찍이 커밍아웃하고 인정을 받았지만 직장에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준수한 외모와 스펙에도 불구하고 주위로부터 노총각이라는 오해를 받는 게 나름의 고민이다. 반면, 그의 파트너 켄지(우치노 세이요)는 커밍아웃한 미용사로, 겉모습으론 영락없는 아저씨지만 내면에 소녀 같은 감수성이 있는 다정다감한 인물이다.

드라마 <어제 뭐 먹었어?>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도쿄의 한 작은 아파트에 사는 중년 게이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따뜻한 음식을 향한 애정이다. 호화로운 음식이 아니라 저렴하고 비교적 만들기 쉬운 간단한 요리다. 요리하는 쪽은 주로 시로 쪽이고, 켄지는 그에 보답하듯 항상 맛있게 먹는다. 이 커플은 매일 저녁 식사를 앞두고 오늘은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번 주말엔 무엇을 할지 등을 고민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둘의 모습은 아시아 국가에 사는 중산층 게이 커플의 현실적인 모습에 가깝다. 파트너를 위한 헌신과 각자의 직장에서 성실하게 생활하고, 저축을 위해 습관적으로 생활비를 아끼는 모습 등이 그렇다. 드라마는 모범적인 게이 커플의 일상을 담는 동시에 게이 커플의 현실적인 문제도 비춘다. 서로의 부모님과 상견례 하는 에피소드를 비롯해 파트너의 죽음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성소수자라면 외면하고 싶은 현실적인 두려움을 담는다. 이런 면에서 드라마는 선구자적인 '퀴어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어제 뭐 먹었어?>에 등장하지 않는 건 스킨십과 성적인 묘사다. 공중파를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 특성상 전 세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어느 정도 시청자들의 정서에 맞추지 않았을까 싶다. 동시에 이런 점이 반갑기도 했다. 동성애를 단순히 성적인 이끌림으로만 생각하는 편견을 부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채 일상을 나누는 동성 커플의 모습은 그래서 반가웠다.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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