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라는 표현을 많이 듣는다. '수면 이혼'은 진짜 이혼이 아니라, 평소에는 함께 지내고 잠잘 때만 따로 자는 생활 방식을 뜻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수면의 질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침밥은 굶어도 괜찮은데, 밤에 잠을 푹 못 자면 하루가 힘이 든다. 잠을 못 잔 날은 하루 종일 머리가 개운하지 않아서 안절부절못할 때가 많다.
갱년기 불면증으로 시작된 우리 집 각방 쓰기
나는 50대 중반 갱년기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불면증이었다.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자다가 자주 깨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과 침대에서 같이 잤는데, 내가 하도 뒤척이니까 남편이 같이 잠을 못 자겠다고 했다. 아들이 장가 가서 아들 방이 비어있었기에 남편에게 아들 방에서 편하게 자라고 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옛날에는 부부는 같은 방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옛날 사람이기에 부부는 같이 자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매일 코 고는 아버지 옆에서 같이 주무셨다.
하지만 갱년기 불면증이 하루 이틀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우선 내 불면증이 없어질 때까지만 각방을 쓰기로 했다. 각자 다른 방에서 자니까 오히려 좋았다. 잠이 안 와서 뒤척여도 남편에게 미안하지 않았고, 잠이 안 올 때는 일어나 책을 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어 불편함도 없어졌다.
그런데 남편 친구가, 자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친한 친구라서 장례식에 가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 남편이 예순한 살이셨는데 친구 부부도 '수면 이혼' 중이었다고 한다.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가셔서 안타까웠다.
장례식에 다녀오고 나서 문득 걱정이 되었다. 다른 방에서 자다가 혹시 갑자기 호흡이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남편과 이야기해서 그때부터 침실과 안방 사이에 있던 문을 떼어버렸다. 우리 부부 방은 문 하나를 두고 침실과 붙박이장과 티비 등을 놓는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였는데, 가운데 있는 문을 과감히 치우고 남편과 내가 하나씩 사용하게 된 것이다.
허리가 안 좋은 남편은 일어나기 좋은 침실 침대에서 자고, 나는 옆에 붙어있는 안방에서 두꺼운 요를 깔고 자기 시작했다. 사실상 옆방이긴 하지만, 문 없는 각방 쓰기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면 이혼의 양상, 나이에 따라 달랐다
두 달에 한 번씩 짝수 달에 모이는 지인 모임이 있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선생님들인데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홉 명이 모인다. 지금은 모두 은퇴하고 60대와 70대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는데 그중 한 분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 우리 아들이 코를 좀 곤다고 며느리가 그냥 각자 방에서 따로 자자고 했대. 근데 이래도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