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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디바가 된 앤젤리나 졸리의 연기
2025-04-11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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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디바가 된 앤젤리나 졸리의 연기

영화 '마리아'서 전설적 소프라노 칼라스役 맡아

“음악은 고통과 불행에서 태어나는 거야..."

 

 

[yeowonnews,com=최치선기자]“음악은 고통과 불행에서 태어나는 거야. 행복은 결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지 않거든.”

 

▲ 안젤리나 졸리가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은 영화 '마리아'  © 운영자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 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 영화는 화제가 됐다. 하지만 16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마리아’(감독 파블로 라라인)는 관객들의 예상을 배반하는 연출법을 택했다. 세계 오페라 극장을 호령했던 1950~1960년대가 아니라 1977년 프랑스 파리에서 칩거한 마지막 1주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때문에 졸리가 연기한 칼라스는 ‘호랑이’라 할 만큼 카리스마가 넘쳤던 디바(스타 성악가)보다는 오히려 노래와 사랑을 잃고서 고통스러워하는 평범한 여인에 가깝다. 실제로 칼라스는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오나시스는 칼라스를 떠나서 고(故)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과 결혼했다.

 

 

당연히 ‘졸리가 실제로 오페라를 노래했느냐’에 우선 관심이 쏠릴 것이다. 절반은 그렇고, 절반은 아니기도 하다. 졸리는 7개월간 성악 훈련을 받고 칼라스 말년의 노래들을 직접 불렀지만, 전성기 시절 노래는 칼라스의 예전 음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무엇보다 칼라스가 즐겨 부르거나 출연한 오페라에서 가려 뽑은 선곡이 빼어나다.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반당한 여인의 광기를 보여줄 때는 케루비니의 오페라 ‘메데아’, 버림받은 여인의 고통을 표현할 때는 푸치니의 ‘나비 부인’ 가운데 ‘허밍 코러스’가 흐른다. 칼라스의 짙은 눈화장이 빗물에 씻겨 나가는 장면을 통해서 절절한 슬픔을 드러내는 시각적 효과도 인상적이다.

 

 

칠레 출신인 라라인 감독은 재클린 케네디의 삶을 다룬 영화 ‘재키’(2016년)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을 그린 ‘스펜서’(2021년)에 이어서 ‘여성 3부작’을 완성했다. 눈부신 조명 속에서 누구보다 일찍 정점에 올랐지만, 사랑을 잃고서 누구보다 깊은 고독에 빠졌던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재키’의 내털리 포트먼과 ‘스펜서’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이어서 졸리까지 당대 최고 여배우들이 여주인공을 맡은 점도 닮았다.

 

 

라라인 감독은 전통적인 전기 영화 작법을 거부하는 대신 풍부한 음악과 절제된 대사의 대비를 통해서 고도의 심리극으로 탈바꿈시킨다. ‘마리아’ 역시 흑백 화면으로 처리한 전성기와 컬러 화면의 현실을 연신 교차시키면서 과거와 현재, 허구와 현실 사이의 간극과 괴리를 부각한다. 이 때문에 음악 영화인데도 전반적으로는 침묵이 두드러지는 역설이 빚어진다. 일반적 전기 영화를 기대했다면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만약 영화의 일등 공신이 있다면 칼라스 역의 졸리일 것이다. 복귀를 갈구하던 칼라스가 끝내 노래를 토해 내는 마지막 장면에서 졸리는 절규와 열창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노래한다. 그 노래는 당연히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가운데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일 수밖에 없다. 칼라스의 삶을 압축한 듯한 이 아리아는 졸리의 열연을 상징하는 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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