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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지막 노잣돈' 순창군에 기부한 91세 어르신
2025-05-03 16:41:37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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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이웃과 더불어 나누고 사는 게 행복하다는 걸 느낍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전 유지에 따라 아내 장례식을 치르고 남은 부의금을 자녀들과 상의해서 사회에 기부한 것뿐이에요."

윤증호(91) 전북 순창군 대한노인회 순창군지회 고문이 지난 3월 29일 별세한 아내 오순이(87) 전 오순이대덕식품 대표 장례식을 치른 뒤 남은 부의금 1000만 원을 최근 순창군에 기부했다.

윤 고문은 저승으로 가는 아내의 '마지막 노잣돈'이었을 부의금을 기부한 데 대해 "순창군민들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분이 아내 가는 길을 위로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아내와 순창에서 행복하게 살았고, 아내가 평소에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서 순창군에 기부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내와 100세까지 살자고 다짐했는데

지난 4월 17일 오후 2시 순창읍 전통고추장민속마을 내 오순이대덕식품 자택을 찾았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지내는 집안은 정결했다. 한쪽 벽면에는 재작년 윤 고문 구순 생일 때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이라는 문구 위에 걸려 있었다. 윤 고문이 아내 왼쪽 어깨 위로 팔을 감아 얹은 사진에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다른 벽면에는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이 윤 고문 부부와 활짝 웃는 사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윤 고문은 "내가 다섯 남매고, 자녀도 다섯 남매인데, 육십에 일찍 돌아가신 큰 형님 빼고는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라며 "우리 집안이 장수 집안인 건 맞는 것 같은 게… 할머니가 100세까지 사셨고, 다섯째 작은 아버지가 100세에 돌아가셨고, 재작년인가 작은 어머니가 98세에 돌아가셨다"라고 담담하게 회상했다.

윤 고문은 "아내하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자고 다짐했는데…, 잘 생활하던 아내가 집안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 나 혼자였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정신이 아득하다"라며 "그래도 나처럼 아프지 않고 (하늘나라로) 갔으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윤 고문은 이 대목에서 현재 위암 투병 중이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작년에 배 아래쪽이 아파 광주 병원에서 담낭 제거 수술을 했어요. 10년 전쯤 전립선암이 발견돼 꼬박 10년이 걸려서 치료를 끝냈는데… 갑자기 위암이라고 해요. 나이도 많고 그래서 항암 치료는 안 하고, 검사 받고 약 먹고 그러고 있는데… 담낭 수술할 때나 검사받을 때 얼마나 아프던지, 돌이켜보니 아내가 아프지 않고 간 게 고맙게 생각되더라고요."

중학교 졸업 후 이용사 자격증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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