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는 자본과 권력을 축적하는 도구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과 국가 시스템은 성장과 효율을 명분 삼아 사회 자원을 소수에게 집중시켜왔다. 그 결과 불평등은 심화됐고, 위기는 더 취약한 이들에게 먼저 도달했다. 우리는 그렇게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 위기의 해결을 말하면서 우리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기후위기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안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에너지원의 교체에 있지 않다. 이 위기는 단지 배출량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권력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에너지원만 바꾸는 전환은 결국 기후위기를 만든 구조를 다시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는 분산, 분권이라는 말과 함께 자주 등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재생에너지 확장은 시장 중심의 민간 발전사업으로 재편되며, 오히려 기존 화석연료 중심 체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대규모 기업이 부지를 선점하고, 지역 공동체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며, 토지는 투기 대상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구조가 견고해질수록,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가, 어떻게 모두를 위한 필수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것인가, 위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신, 전환은 다시금 기업의 로비에 의해 좌우되고, 정책은 정부와 자본의 비공개 협상으로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위기 속에서도 안전한 삶을 살아갈 이들은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된다. 기후위기를 경험하고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참여의 주체가 아니라, 동원의 대상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