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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살 은행나무 까맣게 탔는데 뿌리서 새싹이... 이런 일이
2025-05-09 18:50:08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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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를 피하지 못한 900살 은행나무가 죽은 줄 알았는데 줄기와 뿌리에서 새싹이 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이전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빈다."

비가 내리는 속에 9일 오후 경남 하동군 옥종면 두량리 언덕배기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은 주민들이 한 말이다. 뜻있는 활동가·예술가들이 모여 '은행나무 어르신의 부활 기원제'를 열었다.

경상남도 기념물(제69호)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지난 3월 말 발생한 산청·하동 산불 때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가지가 부러지고 나무 밑둥부터 온통 검정색으로 변해버렸다. 이 은행나무는 고려 공신 병부상서 은열공 강민첨 장군이 심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일명 '강민첨 은행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참가자들은 "잔혹한 화마에 심장까지 타버린 은행나무 어르신, 하지만 그 숯덩이 몸통에서도 연초록 새순을 피워 내고 있다"라며 "두양리 은행나무 어르신이 다시 예전처럼 무성한 잎을 만들고 또 은행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원제를 연다"라고 밝혔다. 기원제는 당초 은행나무 앞 언덕배기에서 열려고 했는데, 비가 내려 인근 교회로 옮겨 열렸다.

최세현 활동가는 "오랫 동안 지켜온 한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나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천년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며 "은행나무를 살리는 일은 역사를 되살리는 일이다. 나무는 꼭 살아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호 목사(두양교회)는 "나무가 부활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지역에 사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자주 이 나무에 와서 놀기도 했다"라며 "나무가 다시 잎을 무성하게 했으면 한다. 안타깝지만 여러 사람들이 와서 힘을 보태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임업 관련 일을 하는 백인수 활동가는 "2002년부터 이 나무와 인연이 있었다. 매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나무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라며 "갑자기 나무가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죽은 줄 알았는데 싹이 나는 걸 보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정기 노거수를찾는사람들 대표활동가는 "눈물이 날 정도다. 노거수 연구자로서 지켜주지 못한 책임에 마음이 무겁다"라며 "수형이 붕괴돼 관상 가치를 잃었으나 900년을 살아온 자연유산으로서 역사문화적 가치는 여전히 살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몸통줄기 밑동에 움이 돋고 낮은 가지에 드물게 새잎이 나오고 있으므로 노거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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