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선언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을 통해 당초 일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위기를 해소하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추진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대외적인 안보 위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 경쟁력 위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급변, 민주주의와 거버넌스의 위기, 사회경제적·공간적 불평등 위기,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의 위기 등 복합적인 위기에 빠져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두 개의 상반된 모습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역동적인 한국'으로 표현되는 각종 성과와 평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혁신 국가이자 K-문화로 대표되는 문화 선진국의 모습이 그것이다. 반면 '정점을 지나간 한국'이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나듯 점점 쇠퇴하고 있는 모습도 있다. 통계청이 추계한 2070년 총인구는 합계출산율을 1.02로 가정했을 때 3153만 명에 불과하고, 2122년에는 1085만 명에 불과하다. 국가 소멸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우울한 미래이다.
이러한 정점 한국과 국가 소멸 위기의 한국을 만들어낸 것은 치열한 경쟁문화와 서열주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서열화는 경쟁의 승자가 모든 것을 다 독차지하는 사회를 용인할 뿐만 아니라, 직장과 직업, 대학, 주택에조차 줄 세우기로 나타난다. 경쟁과 서열화가 공간에서는 서울·수도권 일극 집중과 지역의 소외·소멸로 나타나게 된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거나 소재하는 것이 곧 신분이 되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위기를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어떤 전략과 실행 방안을 통해 추진할 것인지 대통령 선거 과정에 투명하게 밝히고, 이를 토론을 통해 검증을 받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초광역권 균형발전이 최우선 과제
현재의 지역 불균형발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중에 있다. 그런데 수도권이 서울과 서울을 둘러싼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시군으로 구성된 초광역 경제권이라면, 수도권과 불균형한 지역은 바로 비수도권 초광역 경제권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중이 가장 심각한 지역 불균형발전 문제라면,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초광역 경제권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인구 및 경제 규모, 역사 및 문화적 정통성을 갖춘 5개 초광역 경제권이 존재해 왔다.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호남권이 그것이다.
모든 공간 단위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는 없다. 지역의 초광역 경제권의 육성을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게 되면 지역 정책의 목표와 전략이 비교적 분명해지게 된다.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조정제도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초광역 경제권에 어떻게 이양할 것인지가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에 대한 재정 투자의 확대도 모든 단위의 지자체에 분산하기보다는 수도권에 대비해서 경쟁력이 취약한 지역 초광역 경제권의 광역 인프라, 산업 경제, 대학 교육, 의료시설, 문화 등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개헌
계엄과 탄핵 심판으로 치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대통령실의 입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이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 갑작스럽게 용산으로 이전했던 대통령실을 다시 청와대로 복귀시켜야 하나? 차제에 최초의 구상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행정수도를 완성할 수 있도록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이라 할 때 수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에 대한 위헌심판 판결문(2004. 10. 21.)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통한 입법 기능이 수행되는 곳과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소재지를 수도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이에 따라 세종 행정수도를 완성하려면 대통령실과 함께 국회가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