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트럼프의 승리로 미 대선은 끝났다. 아침에 평소 가깝게 지내던 한 교수님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은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북미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극렬해지는 시기인지라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군산복합체 전쟁론자들의 입김과 압박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해리스보다 낫다는 것이지 실제 그가 해야 할 엄청난 과제로 본다면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다만 트럼프는 진화해 왔고 앞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된다. 지난 8년 동안 트럼프의 대북 발언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향 후 북에 대한 정책 결정의 단초가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김정은 관계, 어떻게 변해왔나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 했던 발언을 보면 당시 트럼프는 북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었고 정보 또한 부정확함을 알 수 있다. 당시 그는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핵을 가진 미치광이'로 부르며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시켜 김정은 체제를 끝내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당시 그는 북을 '중국의 아기'라고 표현했다. 북을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소국 정도로 인식할 정도로 북·중 관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같은 건 집어치우고 북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이 나를 만나러 오면 햄버거를 먹으며 회담하겠다.
이후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 2017년 북과 엄청난 격돌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가 내뱉은 말들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하였다.
2017년 8월 9일 그는 북이 미 본토 타격 가능한 ICBM과 핵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그 유명한 '화염과 분노'의 발언을 하였다. 그의 대북 적대 발언의 하이라이트는 9월 19일 유엔 총회 기조 연설에서 나왔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이라 칭하고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totally destroy)"고 발언하였다.
실제 많은 사람이 미국과 북이 곧 전쟁에 돌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숨죽여 두 나라를 지켜보는 가운데 2017년 11월 29일 북은 사거리 1만 3000킬로의 화성 15호를 쏘아 올리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이 미국 본토까지 핵 미사일을 쏘아 보낼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정세는 요동쳤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자체의 힘으로 충분히 막을 자신감이 생긴 북은 미국과 통 큰 협상에 나섰다. 2018년 4월의 판문점 선언, 6월의 북미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싱가포르 회담 그리고 9월의 평양공동선언이 그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직전 트럼프의 발언을 보자. 이때 물론 햄버거가 등장하진 않았다.
기분이 정말 좋다. 아주 좋은 대화가 될 것이고, 엄청난 성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