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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2024-11-14 14:08:16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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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지난 13일 경희대·경희사이버대 교수-연구자 226명이 발표한 시국 선언문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국 각 지역의 대학교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터지는 가운데 경희대 시국선언문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을 대하는 교수들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경희대 시국선언문에는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이후 교단에 선 교수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그들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시국선언문에는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거나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분노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거짓으로 진실 가리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경희대 교수들은 "나는 반성한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취약하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낸다"며 "함께 살아갈 지혜를 찾고 싶다"고 말합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역사의 진실 앞에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시국선언문에는 "나는"이라고 시작하는 12개의 문장을 통해 교수들과 학생들이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를 빼곡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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