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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우영우'들은 여전히 편견과 싸우고 있다
2024-12-30 21:29:10
최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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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장지용씨를 만나러 지하철에 올랐다. 이윽고 일상 속 장애 차별 표현을 탐색하는,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가진다. 종종 쓰고 듣던 '결정 장애'.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오래 고민하는 상황에서 농담하듯 쓰는 표현에도 차별이 숨어 있었다. 바로 '장애인은 부족하고 열등하다'는 편견과 시각이다.

순간 '비하하려는 의도는아닐 텐데'라는 생각도 스쳤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니 곧바로 납득이 됐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불안감이 스쳐 고개를 들었다. 지하철 환승역을 지나친 것이다. 아무리 서둘러도 30분 지각은 확실했다. 얼른 전화를 걸어 장씨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당황하는 나를 차분히 달래며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환승역을 알려줬다.


"1번 출구로 나오세요!" 오후 2시 30분 인천 주안역 앞 횡단보도에서 녹색 모자를 쓴 청년이 손을 번쩍 들어 자신임을 알렸다. 장지용씨(1989년생). 현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하며, 브런치와 <에이블뉴스> 등에 글을 쓰는 작가다. 그는 스스로를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라고 소개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자폐의 공식 진단명. 사회성 발달장애의 대표적 유형으로, 타인과의 상호작용 능력에 결함이 있거나 제한적이고 반복된 행동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스펙트럼'이라는 말 그대로 자폐인의 증상은 종류와 강도가 매우 다양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힘들다

장씨의 안내를 따라 역 근처 조용한 카페로 들어갔다. 마주 앉은 그는 언뜻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남달랐다.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사회 문제에도 주관이 뚜렷했다.

"제가 손이 많이 가죠?"

내가 노트북 충전기 연결을 부탁하며 한마디 건네자, 그는 말없이 책상 아래로 몸을 숙여 묵묵히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를 만난 이유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장애인 정보 접근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딱 그날의 어려움 정도만 알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의 삶 자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한마디는 나를 번뜩이게 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이번 계엄령 사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여러모로 힘든 현실을 살아가요. 숱한 차별과 모욕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 순간, 삶의 일부가 아닌 그의 삶 전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장씨의 삶과 '그래도'

장씨가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강조한 말은 "그래도"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아 그래도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대부분의 중증 자폐인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대학에서 사진영상미디어를 전공하고 혼자 해외여행을 다닐 만큼 자립 역량이 뛰어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폐인은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을 살아가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대부분) 봉사 활동 시간에 만나는 수준"이라며 자폐인과 그 가족이 겪는 어려운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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