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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과 용기
2024-12-31 11:23:17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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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도 전에 첫 번째 의문이 생겼다. '어글리 뷰티'. 책 제목이 뭐 이런가 싶다.

그런 나의 의문은 서문을 펼치면서 금세 '아하'하는 감탄사로 바뀌었다. 책 제목에는 저자의 건축 철학이 담겨 있었다. 흔히 우리들은 '아름다운 건축물'- 세밀한 디테일, 세련된 입면, 균형 잡힌 비례 등 - 에 감동하지만, 사람들의 삶과 함께 공존하는 쓸모 있는 투박한 건물에 담긴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시선으로 공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어글리 뷰티>는 거친 철판과 낡은 벽돌로 둘러싸인 언뜻 투박하고 낡고 못생긴 것처럼 보이는 공간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서사를 이해하고, 그 속에 스며있는 사람들의 삶과 켜켜이 쌓인 시간에 주목하다 보면 살아 있는 존재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건축의 아름다움은 외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일상에서 어떤 감동을 주는지에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 박진석의 <어글리 뷰티>는, 25년 전 영국 런던에서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의 강연에서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지 않는 건축 철학에서 받은 감동과 충격에서 시작되었다.

"건축을 하면서 아름답지 않은 건물도 용기 있게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건물이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비록 못생겨 보일지라도 그 본질을 세울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 서문 중에서)

아름답지 않아도 쓸모 있는 건축, 언뜻 못생겨 보이지만, 앉아보고, 바라보고, 걸어보는 동안 그 공간에 깊이 스며들었을 때,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건물들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쓸모를 채워준 공간들이며, 저자는 무심코 지나친 이 공간들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해군진해교회를 비롯하여 모두 스물 한 곳의 건물과 길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16곳은 행정구역상 경남에 속해 있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찾아가 볼 수 있는 건물과 장소들이다. 나머지 다섯은 저자가 공부했던 영국에 있는 곳이지만 다행히 함께 소개하는 우리나라 건물과 장소들을 통해 그 느낌을 짐작할만하다.

저자의 건축 철학, 아름다운 것이 다는 아니다

저자는 신과 시간의 교차라는 첫 장에서 해군진해교회와 남해성당, 그리고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양덕성당, 그리고 영국 첼시 병영안에 있는 개리슨 성당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박진석은 해군진해교회를 통해 고전적 종교의 상징인 십자가를 현대 건축 기술로 결합해 낸 아름다움에 주목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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