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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위험하다
2025-01-31 16:19:55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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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생활은 겨울도 좋다. 정원을 가꾸고 즐기는 일은 잠시 멈추지만, 마음껏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있다. 눈 덮인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고, 그동안 뜸했던 책도 읽고, 음악도 듣는다.


이곳 설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동요에서처럼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을 뿌려주듯이 느릿느릿 내려오다가도 바람이 불면, 하늘을 맴돌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찾아 문을 두드려보기도 하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클로즈업되듯 창으로 밀려오기도 한다. 현관에서 바라본 설경은 동양화 한 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이런 설경에 빠져 세상을 잊고 있다가도 문득문득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서 귀를 씻어내지 못하는 나는,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세상일에 관심 많은 촌부이다.

산골에 묻혀 있는 촌부라도 세상의 시끄러움에 마음이 쓰인다. 시끄러움이 다양한 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괜찮은데, 앞뒤가 없는 마구 솟아내는 소리로 들려 불안하다.

다양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면 새로운 힘이 되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더 나은 발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맹목성과 획일성은 다름을 아예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끝은 분열과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500년 전 공자의 말이 떠오른다.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과 조화를 이루지만 무작정 남을 따라가지 않으며, 소인은 무작정 남을 따라가지만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여 다름과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

민주주의는 조화를 근본으로 한다. 조화는 나와 다름을 전제로 한다. 19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그동안 억눌려 왔던 다양한 목소리를 조화롭게 이루어내 경제, 군사 강국뿐만 아니라 문화 강국으로도 발돋움하였다. K-문화는 이제 세계 변방의 문화가 아니라 세계 중심 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맹목적이고 획일적인 선동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예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는가? 이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잊고 있었던 기형도 시인의 '홀린 사람'이 불현듯 생각난다. '홀린 사람'은 198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30년도 더 지난 이 시를 꺼내 다시 읽어 본다.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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