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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 실 못 꿸 때까지, 내 자리 지키고 싶어요"
2025-01-31 17:18:50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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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세탁수선(옥천읍 금구리) 처마 아래 색색의 한복이 너울거린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 한복대여점에서 세탁을 맡겨 한창 작업 중이란다. 이곳에서 옥천읍 가화리 출신으로, 3년 전 현대세탁수선을 맡아 운영하는 김만호(70, 옥천읍 금구리)씨를 만났다.

다시 찾은 자리

현대세탁수선은 본래 36년간 세탁소를 하던 전 주인이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김만호씨가 이어받았다. 김만호씨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공간이었다.

"서울에서 봉제공장을 정리하고 옥천에 왔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뒤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3년간 안 해본 일 없이 일용직으로 노동하며 전전긍긍하는 생활을 해왔어요. 손에 익지 않은 일인지라 적성에도 맞지 않고 고생 많이 했죠. 전 사장님이 어깨가 안 좋아 세탁소 운영이 어렵다 하셨는데, 저로서는 제 자리를 찾게 돼 마음이 놓였어요."


이후로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부지런히 일하며 세탁하고 옷을 수선하고 있다. 그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지엘아파트, 계룡리슈빌, 가화현대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단지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옥천군 문화관광과) 등의 공공기관에서도 세탁물 수거·배달 의뢰를 받고 있다고. 현대세탁수선의 반경이 넓어지는 만큼 김만호씨도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찾아온 이들의 옷을 살피며 수선하는 그의 손길은 마냥 경쾌하다.

"다른 것보다 이 일이 제 적성에 잘 맞으니까요. 이 일은 제 마지막 선택지이고 앞으로도 바늘귀에 실 못 꿸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죠."

양복점에서 봉제공장, 다시 손에 잡은 실

김만호씨가 처음 실을 손에 잡은 것은 17세 무렵. 무엇이라도 기술을 배워보라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당시 옥천읍에 있던 양복점에 들어갔다. 정해진 근무시간 없이 출근하면 연탄불부터 갈고 심부름하던 것을 시작으로 몇 개월간 어깨너머로 재단 일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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