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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립스틱이 없어 초조해요'... 이 단어 속 숨은 아픔
2025-01-31 20:28:12
이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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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지난 12월 3일 밤, TV화면에 뜬 저 세 글자를 보는 순간, 나는 운동에 열심이던 한 에어로빅 강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니 중요한 것은 그 사람 뒤로 거리낌 없이 지나가던 탱크였다. 이어 자동으로 연상된 장면은 정치인 체포와 구금, 시민을 향한 발포, 그리고 거리에 쏟아진 피, 피, 피.

실은 한국의 상황이 아니다. 이건 2021년 2월 1일 이후, 미얀마의 상황이다.

다행히 한국은 시민들과 국회가 현명하고 재빠르게 막은 덕분에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나의 일상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은, 모두 국회로 거리로 달려 나간 동료시민들 덕분일 것이다. 뒤늦게 새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러나 미얀마는 그렇지 못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안온한 일상을 빼앗겼다. 최진배의 <포가튼 미얀마>는 쿠데타 발생 후 온통 삶이 뒤틀려버린 다섯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청년 세대는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짧지만 강렬하게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1962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군부, 짓눌리는 삶 속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지속한 시민들. 마침내 2015년 선거를 통해 탄생시킨 민주주의 정권.

그러나 2020년 선거에서 민주주의 세력이 더 압승을 거두자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암흑천지를 만든 군부. 잠시 느꼈던 민주주의와 자유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미얀마 청년들은 '미얀마 봄혁명'에 나섰다.

매우 '보통 사람'들이었던 A, K, L, P와 N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봄혁명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포가튼 미얀마>다.

책은 청년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맞서 시위에 참여하다 소수민족 해방구로 옮겨가 군사훈련을 받고 시민방위군이 되는 과정, 저항세력이 응집하여 민족통합정부를 구성하고 시민방위군을 만든 일, 외부에서 모아진 모금액이 어떻게 현장에 전달되고 사용되는지를 비롯해, 그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고뇌와 쓰라린 마음까지 찬찬히 전한다.

소설적 형식이지만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이는 최진배가 평소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촘촘하게 정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테다.

청년들을 일으켜 세운 분노... 소수민족의 연대


최진배는 미얀마 사람인 배우자와 함께 현장에서 전해지는 미얀마 소식을 국내에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 뉴스 그룹 《미얀마 투데이》와 같은 이름의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쿠데타가 발생한 뒤 한 달 쯤 후부터 시작한 이 활동에 대해 최진배는 이렇게 말한다.

뉴스와 신문에서 모두 담지 못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이야기, 온라인에서 연대하며 인연을 쌓아온 현장의 활동가 동지들이 겪고 있는 일이 잊히지 않기를 바랐다. 잔혹한 폭력에 속절없이 당한 희생자들,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끄집어내 항거하다 쓰러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했고,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혹자는 너무 지엽적이라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 전부였던 역사, 그 처절한 역사를 자유로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나마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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