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동이면 석화리엔 170명 남짓한 주민이 거주한다. 대부분이 60대 후반 이상으로, 건강 악화로 인해 동네를 떠나는 주민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 '평생을 살아온 마을과 집이 아닌 낯선 병원·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이 나이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이다. 이에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할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이들이 함께 그리는 마을요양원 이야기를 지난 1월 22일 임덕현(62) 이장과 홍현희(63), 김미영(62)씨에게 들어봤다.
평생 살아온 집에서 가족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건 석화리 주민들만의 꿈은 아닐 터. 병원과 요양원의 등장으로 잃어버린 상호돌봄의 문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이들의 고민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자.
마을을 떠나기 싫어서
170명이 넘는 주민 중 60대 미만 주민은 10~15명 정도뿐. 주민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마을을 떠나 요양원에 입소하는 주민도 늘어났다. 2024년에는 2명의 주민이 마을을 떠났다고.
"마을 독거노인 가구가 15가구예요. 자제분들이 직접 모시기도 어렵고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요양원을 택하게 되는 거죠. 어르신들이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노력도 엄청나게 하시는데 쉽지가 않아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떠나는 주민의 마음도 무너지지만, 오랜 이웃을 떠나보내는 이들도 매번 속이 상한다.
"2020년에 태정숙(85)씨가 요양원 갈 예정이었어요. 마을 떠나기 전날에 '우리 마을 풍경 눈에 담고 가고 싶다'고 전동차를 끌고 동네 한 바퀴 도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밭일 나갔다가 만났었는데, 그때 양손 붙들고 엄청나게 울었죠." (홍현희씨)
그러나 요양원 입소 전날 코로나 확진을 받으며 계획이 무산, 마을에 조금 더 머무르게 되며 건강을 더 챙기기로 의지를 다졌단다.
"다리가 불편한 분이셔서 공동급식 할 때 도시락 배달 해드리는 주민 중 한 분이셨어요. 코로나19 앓고 회복한 이후로는 매일 걷기 운동하시고, 공동급식하러 쉼터까지 오시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서 건강해져야겠다면서요."
이후 4년을 마을에서 더 지내던 태정숙씨는 지난해 결국 마을을 떠나 요양원으로 향했다. 임덕현 이장은 "나름 건강을 유지하던 분들도 요양원에 가시면 예상보다 빨리 건강이 나빠졌다는 소식을 듣곤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무리 요양원 시설이 깔끔하고 좋다지만,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마을에 있으면 집을 가꾸거나 이웃들과 왔다 갔다 하며 지낼 수 있는데, 요양원에 들어가면 다 단절되어 버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