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글, 가희 사진의 그림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의 볼로냐 라가치상(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수상 소식으로 뉴스와 SNS가 들썩인다. 라가치상은 매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전시회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제정된 상이다(62회째를 맞는 올해는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열린다).
특별히 이번에 우리 작가가 수상한 부문은 볼로냐 라가치상 중 '오페라 프리마' 부문이다. 오페라 프리마는 신인 작가의 첫 작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대상의 영예를 얻은 것은 처음이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그림책으로, 일반적 그림책과는 구성 방식이 조금 다르다. 그림이 아닌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다양한 색깔의 종이를 오려 붙인 콜라주로 그림을 대신한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K-POP과 K-FOOD, K-BEAUTY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발휘고 있는 우리 문화는 이제 문화의 중심인 '문학'에서도 내공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아동 문학이라 불리는 그림책 분야에서 우리나라 작품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이미 라가치상의 다른 부문을 수상했으며, 2020년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또 2022년에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작가가 국제적 아동문학상에 그 이름을 올려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하셨던 백범 김구 선생님의 소원이 오늘에 이루어졌음을 느낀다.
그림책의 진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오랜 시간 동안,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으며, 교육을 위한 책이었다. 세계 최초의 그림책이라 불리는 코메니우스의 <세계도해>(1658)는 아이들에게 언어와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교과서와 같은 책이었으며, 그 이후로도 그림책은 아주 오랫동안 어린이들에게 비슷한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21세기의 그림책은 획기적 모습으로 진화했다. 문화 전반에 흐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독자와 그림책의 경계를 허물고, 시공을 초월하는 등, 그림책의 구성과 전달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었을 뿐 아니라 그림책이 전달하는 내용 역시 다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