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핑계로 가능하면 어디서든 튀고 싶지 않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결국 내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의도치 않은 괜한 관심을 받는 게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일상에서 충분한 사랑과 감사의 표현이란 건 해도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만큼은, 남에게 하면 할수록 어려웠고 내 목이 자라처럼 쑥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때로는 내 생각이 옳다고 느끼고 내 판단이 맞다는 생각을 해도, 어쩐지 입을 열 수가 없는 순간들이 찾아 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