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자연의 흐름을 살아내는 교육 속에는 '세시'와 '절기'라는 두 가지 시간이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성격이 다르다.
세시(歲時)는 해마다 일정한 때를 정해 지키는 날을 말한다. 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인간이 사회적으로 약속하고 이어온 시간이다. 설, 대보름, 삼짇날, 단오, 추석, 동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시는 자연의 흐름을 기억하는 동시에 공동체가 함께 모여 삶을 나누는 의미를 가진다. 음력 기준이 많지만, 계절과 자연 현상에 기반하고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현대에는 공동체 문화, 전통 계승, 가족 간 연대감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절기(節氣)는 자연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이정표다.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1년을 24등분해 구분한다. 입춘, 춘분, 입하, 추분, 입동 등이 대표적인 절기이다. 절기는 대개 15일마다 하나씩 돌아오며, 기온과 생태 변화의 흐름을 나타낸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농사 시작과 수확 시기를 알리는 기준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농업, 음식 문화, 건강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를 자연에서 키우는 생태어린이집은 이 두 가지 흐름을 따라 함께 살아간다.
새봄 삼짇날
3월 말이나 4월 초에 삼짇날이 있다. 삼짇날은 음력 3월 3일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꽃이 피는 새봄을 맞는 날이다. 삼짇날이 되면 진달래가 피고, 아이들은 꽃잎을 따서 전을 부친다. 굳이 요리 수업이나 전통 체험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는다. 자연의 시간을 따라 계절이 내어준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제비 모양의 머리띠를 만들어 쓰거나 나비 날개를 만들어 등에 매달고 동네 산책을 다니며 봄을 환영한다.
삼짇날이 되기 전 교사들은 깨끗한 진달래가 어디에 피었는지 수소문을 한다. 화전을 만들어 먹을 거라 아이들과 함께하면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어 직접 딴다. 비슷하게 생긴 철쭉을 따 오는 아이가 있어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철을 못 맞춰 구하지 못했을 때는 식용 꽃을 주문하거나 찹쌀가루에 색을 내는 단호박이나 쑥 등의 천연 가루를 첨가한다. 떡집에 미리 필요한 만큼의 찹쌀가루 반죽을 주문해 놓으면 당일 아침에 배달해 준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반죽을 빚어 꽃잎을 얹어 화전을 만들어 놓으면 1층 로비에서 도우미 부모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구워 준다. 설탕을 듬뿍 뿌려서 더 맛있어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봄맞이를 하러 산책 나가던 형님반은 노동요도 한 곡 불러 주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