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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시대 한국 대통령의 숙명... 정치보복하면 막장정치 반복
2025-04-23 20:21:04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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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시대다. 국민소득 4만 달러에 가까운 나라에서, 미워하는 정치인을 잡아 넣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과거 나치 수준의 주장을 하는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는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이민자 배척을 내세운 극우 정당이 제1당이 될 뻔하기도 했다. 미국 대선을 보면 마치 할리우드 영화 같은 활극이다. 일자리를 잃은 것도, 물가가 오른 것도 모두 외국의 값싼 수입품과 이민자들 때문이라는 편 가르기 정치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하던 여러 나라에서 대화와 타협은 찾아볼 길 없고, 열광하는 지지자와 배척해야 할 이방인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던 유럽의 다원주의 정치마저 극단주의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새 대통령은 별일 없을까? 당장 얼마 남지 않은 대선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보다 또다시 문제를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번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출발한다. 2017년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파행에 파행을 거듭해 온 한국 정치가 더 나쁜 모습으로 재연될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탄핵되면 어떤 일을 겪는지 경험했고, 그래서 시원하게 복수하려고 모셔 온 검찰총장 출신이 다시 탄핵당했으니 복수가 복수를 부른다는 식의 막장 정치가 재연될 수 있다.

한때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했던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던 비상계엄 사태보다도 그 뒤 이어진 탄핵 반대 시위와 국민의힘의 행동이 더 큰 충격이었다. 군을 동원해서라도 정치인들을 잡아넣고, 주사파를 척결해야만 했다는 이 망상적 믿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원인이 무엇이든 이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이런 심리적 내전을 겪고, 가슴이 뚫린 듯 상처를 안게 된 국민들이 새 대통령을 뽑는다.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지난 반 년의 악몽이 그저 시간이 지나면 다독여질 그런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지난 6개월의 혼란은 단지 정치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된 '희망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기에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를 대수선하기 위해 한 몸을 희생하는 대통령이라고 전제해야 한다. 또 100여 년 전 위기를 닮아가고 있는 세계 경제 전쟁에 맞서, 우리의 성장전략을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 그런 만큼 한국 사회를 기초부터 새로 세우려는 과도정부이기도 하다.

필자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에서 비서관, 수석비서관, 실장으로 6년 반 동안 근무했다. 민주화 이후 비서관 이상 직급으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 강조하려 한다.


희생을 바탕으로 개헌을 선도해야 한다

최근 국민 여론을 보면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고 국민의 뜻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통령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단적 지역 정치를 해소하고, 타협 없는 양당제를 극복해야 하는 일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자치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더 높은 국가적 책무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5.18 정신과 인권신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헌안 각론이 쉽게 합의에 이르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반대하는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신임 대통령이 개헌 추진보다는 자신의 국가개혁에 집중하려 하면 또다시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우리 사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을 각오로 대연정을 제안했던 일을 뒤늦게 칭송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를 재건해야 한다는 소명을 생각하면, 권한 축소 등의 선제적 희생을 약속하고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검찰을 정치 보복에 동원하지 않아야 검찰을 개혁할 수 있다

국가의 형벌권은 엄정하지만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나는 우리 검찰 권한의 99%는 바르게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 다른 권력기관들의 처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극소수 사건들로 국가 권력기관의 공정성이 심하게 의심받고 있다. 승복하라고 할 수도 없다. 이른바 정치적 사건의 무죄율이 일반 형사사건보다 최하 다섯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감사원이 정적을 탄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동원한 것이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이용해 정치 보복하려 하지 않아야 완성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 때의 장기화된 적폐 청산이 결국 정치검찰을 살려냈고, 그로 인해 검찰 개혁도 좌절되었다. 새 정부는 검찰을 시켜 하고 싶은 일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소청이든 뭐든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검찰권을 써서 정치 보복할 마음을 먹지 않아야 한다. 감사원, 국정원도 마찬가지다. 감사원 개혁,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이용해 정치 보복하려 하지 말자. 유혹에 빠지지 않게 취임 즉시 개혁을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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