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난전'이었다. 26일 늦은 오후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 토론회에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결선'에 올라가기 위해 서로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뜨거웠던 수위에 비해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서로 고성이 오가는 것은 물론, 비꼬고 조롱하는 등의 장면이 연속해서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홍준표 후보 같은 경우, 그 전날(25일) 토론회의 '뒤끝'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동훈 후보는 당시 토론회에서 '코박홍(코를 박고 절을 하는 홍준표)'을 언급하며 홍 후보를 비판하며, 본인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후보와 웃고 떠든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한동훈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김정숙 여사에게 허리를 숙이는 사진들을 가져와 차례로 카메라 앞에 펼쳤다. 홍 후보는 "한동훈 후보한테는 어제 토론 과정에서 나온 사진이 '있다, 없다' 그랬는데 이 사진 다 가져왔다"라고 한 후, 한 후보가 답을 하려 하자 "그래서 답변하실 필요 없다. 사진이 없다고 해서 내가 참모들 시켜갖고 사진을 가져왔다"라며 아예 해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
'찬탄' 안철수의 일격... '국민께 사과' 의향 묻자 김문수·홍준표 답 회피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파면되어 치러지는 대선임에도, 여전히 '반탄(탄핵 반대)' 국민의힘 후보들은 윤씨와의 '손절'을 제대로 못하는 모양새였다. '찬탄(탄핵 찬성)' 안철수 후보가 "윤 전 대통령께서 헌재에서 파면 당하셨다"라며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상처받은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으신지 세 후보 모두께 한번 묻겠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홍준표 후보는 "제가 최종 후보 되면 검토해 보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문수 후보 또한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물으셨는데 제가 말씀드리면 또 하겠습니다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이렇게 계엄을 하고 또 탄핵되어서 파면되고 하는 이 과정에 민주당의 30명 넘는 줄탄핵, 그리고 특검 또 예산의 전면 삭감..."이라고 더불어민주당 탓으로 일관했다. 안 후보가 "할 생각이 없으시다는 말씀"이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후보만 "저는 12월 3일 밤 계엄을 저지한 이후부터 줄곧 반복해서 대단히 많은 숫자로 이미 사과를 했다"라며 "제가 당 대표로서 그리고 하나의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 이 자리에서 다시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절대로 겪으셔서는 안 되는 일을 겪게 해드려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당 대표였던 사람으로서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는 "참고로 저도 사과를 두 번에 걸쳐서 드렸다"라며 "어떤 분들은 이 대통령의 비상 계엄을 사실상 옹호하고 그리고 또 반성과 사과를 하시지 않는데, 저는 사실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탄핵의 강을 건너야 된다"라며 "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저히 이재명에게 이길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안철수 대비 선명성 강조... "계엄 해제 왜 참여 안 했느냐?"라며 '공동 파트너' 상기
'반탄' 후보들이 의도적으로 탄핵이나 계엄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동안, '찬탄' 후보들 사이 '선명성' 경쟁도 있었다. 한동훈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계엄과 탄핵에 대해서 저에게 대해서 여러 가지 비판하는 말씀을 해 주셨고 제가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많은 말씀을 제가 고언으로 받아들이겠다"라면서도 "그런데 저는 그날 좀 의아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안 의원 같이 정의감과 국가관이 투철하신 분이 왜 본회의장의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으셨느냐? 제가 계속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문자 메시지를 계속 단톡방에 올렸잖느냐"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안 후보는 "그날 문자를 4개를 받았다. 최종적으로 받은 문자가 바로 추경호 원내대표가 당사로 오라는 것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거기(당사) 가 보니까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회로 갔다. 그랬는데 경찰이 막고 있어서, 경찰들을 피해서 멀리 담을 넘어서 국회로 들어갔다"라고 해명했다.
"계엄 해제에는 왜 참여하지 않으셨느냐?"라는 물음에 "그때 시간을 놓쳤다"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친한계' 의원들을 이끌고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섰던 한 후보는 "계엄 해제 의결 결의를 할 수 있는 건 국회뿐인데, 그리고 당시 당 대표였던 제가 절절하게 계속 한 분이라도 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담을 넘어서라도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요청을 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