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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막화 심각했는데... 절박함이 만든 조용한 기적
2025-04-30 16:06:04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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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햇살이 물결을 타고 스며드는 곳, 그곳에서 해조류는 거대한 숨결처럼 흔들린다. 바람조차 머물지 않는 깊은 물속, 오직 파도만이 전하는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유연하면서도 꺾이지 않는 자세로 바다를 품는다. 단단한 암반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식에도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킨다.

작은 어촌마을 사람들이 바다를 닮은 마음으로 살아가듯, 해조류도 고요한 바다를 껴안으며 자란다. 그 존재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생명의 상징이 된다. 오늘도 햇살과 파도를 벗 삼아, 깊은 물속에서 묵묵히 자라난다.

강원도 동해안, 작은 어촌마을에 터를 잡은 다시마 이야기다.


바다를 살리는 손길, 어촌의 절박한 선택

지난해 12월 30일, 강원도 양양군 광진리 어촌계는 동해안 생태계 복원을 위한 다시마 종묘 심기 작업을 진행했다(관련기사 : 한겨울 다시마 심는 사람들, 바다숲 살아야 어민도 산다 https://omn.kr/2b6re). 잊힌 바다숲을 되살리기 위한 이 작은 시도는 누구에게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당시 한 어민의 말처럼, "이제라도 바다를 되살리지 않으면 우린 더 이상 고기를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그들을 움직였다.

다시마 숲, 그것은 단순한 해조류가 아니라 수많은 바다생물의 보금자리이자 어민들의 삶터였다.



바다 속 숲, 생태계를 품은 다시마

그로부터 5개월여 후인 4월 28일, 강원도 양양군 광진리 앞바다에서 다시마가 1.5m 이상 자라나는 놀라운 성과가 확인됐다. 그동안 갯녹음 현상과 수온 상승, 인간 활동 등으로 해양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던 이 지역 바다에 희망적인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성게와 불가사리 등 조식동물의 접근을 막고 '바다시비'를 투입해 생육 환경을 최적화한 결과, 다시마가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는 지역 해양 생태계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인천대학교 해양학과 김장균 교수는 "다시마의 성공적인 성장 사례는 양양 광진리 앞바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바다 숲 복원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장을 둘러본 국립수산과학원 전제천 박사는 "한 어촌계와 뜻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는 매우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이어진다면, 이 어촌계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해양생물의 휴식공간, 다시마

풍성하게 자란 다시마는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하며 생태계 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복원된 광진리 앞바다는 전복, 넙치, 가자미 등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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