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곳곳에 물떼새 둥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29일, 세종보 상류 500m 지점에 천막을 치고, 또 다시 맞이한 4월. 우리는 흰목물떼새 둥지와 둥지를 차지하려 교각 구멍 앞에서 다투는 박새와 참새의 울음을 통해서 계절이 한 바퀴 돌았음을 확인하고 있다.
물떼새들이 둥지를 트는 시기에는 왠지 숨을 죽이게 된다. 새들이 자리잡는 현장은 녹록지 않다. 부모 물떼새들은 알을 노리는 새들이 나타날까, 바람도 물길도 알을 해치지 않을까, 무엇 하나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쉴 새 없이 울어댄다. 한 낮에 금강에서 울리는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한 마리의 물떼새가 금강에서 태어나는 것이 그렇게 치열한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천막농성장 또한 그렇게 치열했던 365일이었다. 우리를 여기서 버티게 한 것은 작년 4월 30일에 천막농성 장 앞에서 발견한 흰목물떼새들이었다. 이후에도 무수한 생명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왜 금강을 지켜야 하는지를 알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강이 여전히 흐르고 있는 것은 365일의 시간동안 그 곁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이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만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금강을 찾아 '강물아 흘러라'를 외쳤다.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 지탱해 준 365일
"뉴스에서 봤어요. 응원합니다."
천막농성장을 찾았지만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다녀간 이들도 많다. 농성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한 여성분이 가파른 둔치를 내려오시더니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올려놓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나귀도훈(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이 쫓아가 물어보니, 언론 기사를 보고 대구에서 무작정 왔다며 응원하는 마음만 전하고 후다닥 돌아가셨다.
전북 정읍에 사는 중년의 시민도 뉴스를 보고 찾아왔었다. 그의 고향은 만경강 지류인 원평천 근방. "예전에 거기서 조금 나가면 갯벌이 백합밭이었는데 (새만금사업이 완공된 뒤) 지금은 사막같아 재미가 없다"면서 "강을 뭐하러 다 막아놓느냐"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던 모습도 기억한다.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다녀간 이들의 마음을 첫 번째로 떠올린 이유는 이 투쟁을 지탱해 준 것은 어느 명망가도, 정치인도 아닌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었기 때문이다. 긴장과 불안으로 시작했던 농성에서 많은 동지들이 힘이 되었지만 가끔 이름도 없이 찾아주는 이들의 마음은 참 신기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