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빕밥은 1만 원을 갖고도 못 먹는다. 냉면이 1만 5000원이고, 삼계탕도 2만 원인 시대다. 그래서 '서민들이 밥 한 끼 먹으려면 오열(嗚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시대에 꽁보리비빕밥이 5500원인 곳이 있다. 2023년 5월 문을 열 때 가격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서민을 위한 진짜배기 '대중식당', 바로 전북 군산공설시장 청년몰 2층에 있는 '군산꽁보리' 식당이다.
'꽁보리비빕밥'이 만든 일자리
군산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이 식당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 사업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그래서 지난달 30일 점심 때 찾아가 봤다. 식당 전면에 "전국 1위, 군산 최초 최우수 기관 S등급 선정"이란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보리비빕밥 5500원"이 눈앞에 먼저 들어온다. 그도 그럴 것이 군산 옆동네 비빕밥의 고장 전주에서 '놋쇠비빕밥' 한 그릇이 1만 5000원이다.
꽁보리비빕밥이 5500원이라고 해서 양이 적은 게 아니다. 정말 푸짐하다. 여기에 돼지고기 수육과 겉절이가 추가된 보리비빕밥 정식은 1만 원.
가격이 싸다고 해서 맛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음식들은 놋그릇에 담겨 정성이 느껴진다. 흰 찰보리 비빔밥과 시래기 된장국이 기본이다. 비빔밥 고명으로 콩나물, 생채, 제철 나물, 버섯, 달걀이 올라갔고, 강된장, 유자 단무지, 열무김치가 함께 나왔다. 여기에 주부100단이 넘는 '할머니 손맛'이 더해진다.
백인태 군산시니어클럽 팀장은 "어르신마다 손맛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열 때부터 '레시피'를 만들었다"면서 "어느 분이 조리를 하더라도 똑같은 맛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8명의 어르신이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역할도 다르다. 재료 손질 및 세척·설거지 3명, 조리 4명, 주문·계산·퇴식구 정리정돈 1명이 맡는다. 주문과 함께 바로바로 음식이 만들어진다. 손발이 척척.
이곳 인기는 쉽게 실감할 수 있다. 낮 12시 40분쯤이었을까, 마감이 아직 남았지만 '재료소진' 안내판이 올려진다!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식당은 오후 1시까지 딱 2시간만 운영한다.
처음 군산꽁보리를 열었을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 일하고 있는 김민주(65세, 여성)씨는 구도심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식당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식당) 문을 열 때, 꽁보리비빕밥 이게 먹힐까 했다. 한 번은 9살짜리 남자아이가 와서 밥을 주문해서 '할머니랑 왔니?' 물어보니, '소문에 하도 맛있다고 해서 먹어보러 왔다'고 하더라. 계속해서 젊은층도 늘어나고 있다.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들을 때, 이 일을 하기 너무 잘 했구나, 하는 생각과 보람을 느낀다.
우리 식당의 인기 비결은 놋그릇이다. 고급스러운 그릇에 밥을 먹을 때 대접 받는 기분이 드는거다. 또 개인상(쟁반)에 주기 때문에 혼자 와서도 '나를 대접해 주는구나' 하고 느낀다."